미국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헤지펀드 중 하나인 멜빈 캐피털이 개미 투자자들에게 패해 자산의 절반 이상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멜빈 캐피털은 지난 1월에만 자산의 약 53%가 증발했다. 멜빈 캐피털의 운용 자산은 지난해 초 125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80억 달러(약 8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27억5000만 달러(약 3조원)는 헤지펀드 시타델 캐피털 등으로부터 수혈받은 긴급자금이다.

2014년 창업한 멜빈 캐피털은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헤지펀드 중 하나였다. 2015년 47%의 수익률을 기록해 10억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 중 2위에 올랐다.

멜빈 캐피털의 운용 자산이 반토막난 가장 큰 원인은 게임스톱 공매도 전쟁에서의 패배다. 공매도 중시 성향의 멜빈 캐피털은 게임스톱 공매도에도 막대한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매도에 반발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를 1700% 가까이 높이면서 멜빈 캐피털은 결국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했다.

멜빈 캐피털은 게임스톱 이외에도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와 내셔널 베버리지 등 주식 공매도에 나섰지만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뛰면서 손실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스톱 공매도 실패로 멜빈 캐피털의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 운용 자산 비율)은 창립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산설이 돌았지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게이브 플롯킨은 이를 부인했다.

한편 게임스톱 공매도에 뛰어들었던 메이플레인 캐피털도 1월 한 달간 45%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