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계약 맺고 회생계획안 제출할 듯

매각 협상에 진통을 겪은 쌍용차가 완전 자본 잠식에 놓이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가운데 조만간 단기 법정관리(P플랜)에 돌입한다.

정부는 우선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로 자금난을 겪는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업체들은 연쇄 도산을 우려하며 조속한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잠식 빠진 쌍용차, P플랜에 희망…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3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자본 잠식률은 작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108.3%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2017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쌍용차는 작년에는 4천235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 적자 규모가 2019년(2천819억원) 대비 50.2% 늘었다.

쌍용차의 작년 매출은 2조9천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제48조에 따라 쌍용차가 작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인 3월31일까지 자본금 전액 잠식 해소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간의 매각 협상이 끝내 결렬됨에 따라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자본잠식 빠진 쌍용차, P플랜에 희망…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와 이르면 다음 달 초 투자계약을 맺은 뒤 법원에 투자 계약과 채무 변제 방안 등이 담긴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P플랜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HAAH오토모티브 측과 계약서 문구를 수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회생계획안에는 마힌드라의 지분율(75%)을 감자한 뒤 2억5천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 방식으로 HAAH오토모티브가 신규 투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감자 비율은 법원이 채권자협의회를 거쳐 정하게 된다.

HAAH오토모티브는 중동계와 미국계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2억5천만달러를 확보, 유증에 참여해 쌍용차의 지분 51% 이상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HAAH오토모티브는 이 투자금을 신차 개발 등에 사용하기를 원하며, 쌍용차의 운영자금을 위해 산은에도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원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P플랜에 돌입하려면 채권자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다.
자본잠식 빠진 쌍용차, P플랜에 희망…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현재 1조원에 달하는 쌍용차 부채는 상거래 채권자가 60%, 산은과 외국계 금융기관 등이 각각 20%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상거래 채권자인 협력업체 비상대책위는 지난 28일 쌍용차와의 간담회에서 논의 끝에 쌍용차의 정상 가동을 위해 P플랜 돌입에 동의하고 부품 납품도 지속하기로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단 비대위 명의로 동의했지만, 다음 달 법원에서 개별 채권자를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할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대기업 협력업체의 경우 이해관계가 달라서 동의를 안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는 중소 협력업체들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29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를 두고도 비대위 내부에서는 미흡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P플랜을 가고 산은이 그에 상응하는 투자를 한다고 해도 P플랜이 다 끝난 뒤에 (지원)하면 이미 협력업체는 다 죽은 다음"이라며 "일부라도 쌍용차에 우선 지원해서 납품 대금으로 협력업체에 들어갈 수 있게 해야 선순환이 되며 그게 협력업체를 돕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번주 중으로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낼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