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영업이익에 성과급은 겨우 1200만원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급, 연봉의 47%로 결정
"왜 스마트폰 TV보다 적냐" 불만

SK하이닉스는 '연봉의 20%'로 공지
"왜 삼성전자보다 턱없이 낮냐" 목소리 커져

반도체 산정방식에 대한 의문도 나와
삼성 타 계열사, 반도체장비업체에선
"배부른 소리" "부럽다" 반응
"왜 반도체가 스마트폰이나 TV보다 성과급을 적게 받아야합니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한 직원)

지난 26일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OPI(초과이익분배금)를 공지했다. 예전 'PS'라고 불렸던 OPI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사업부 한 해 실적이 목표보다 잘 나왔을 때, 회사는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직원들에게 OPI를 지급한다. 최고 한도는 연봉의 50%다.
삼성 반도체 성과급 47%, "왜 스마트폰(50%)보다 적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와 TV를 맡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다. 연봉 6000만원을 받는 대리·과장급 직원이라면 세금 떼고 2000만원대 초반 정도의 보너스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삼성 서초사옥으로 들어가는 직원들. 한경DB

삼성 서초사옥으로 들어가는 직원들. 한경DB

DS(반도체부품)부문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의 OPI는 '연봉의 47%'로 정해졌다. 무선과 VD보다 '3% 포인트'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반도체 직원들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왜 무선, VD보다 OPI가 적냐"는 불만이 제기됐다고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은 "돈은 반도체가 가장 많이 버는데 왜 무선, VD보다 적게 받아야하는 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했다. "굳이 50%에서 3%p를 깍아야했나", "자존심이 상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서 18조8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9년(14조200억원)보다 34.2% 증가한 수치다. 무선사업부가 포함된 IM(IT·모바일)부문의 영업이익(11조4700억원), VD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를 합친 CE(소비자가전)부문(3조5600억원)보다 많다.

물론 영업이익을 많이 냈다고 OPI까지 두둑하게 받는 건 아니다. OPI 선정 땐 연초에 설정한 '목표' 대비 얼마나 초과했는 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은 쉽게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미국 마이크론과 퀄컴, 대만 TSMC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거둔 성과가 '저평가' 받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과급 때문에 '파업' 얘기까지 나오는 SK하이닉스
"파업 얘기까지 나옵니다." (SK하이닉스 과장급 직원)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직원들이 부글부글 끓는 정도였다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폭발 직전이다. 직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지난달 28일 성과급이 '기본급의 400%'로 정해진 이후부터다. 기본급의 400%를 삼성전자 식으로 바꾸면 '연봉의 20%' 수준이라고 한다. 연봉 6000만원의 과장급 직원은 1200만원을 받게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정문.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정문.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연봉의 47%'를 받는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과 격차가 큰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영업이익 수준에서 18조8100억원(삼성전자 반도체), 5조126억원(SK하이닉스)으로 격차가 크다.

하지만 직원 수(3분기 국내 직원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약 5만명, SK하이닉스 2만8787명)와 시설투자 규모(2020년 기준 삼성전자 32조9000억원, SK하이닉스 9조9000억원) 등을 감안할 때 "결고 못 한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와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률을 적용 받았고, 지난해에도 올해만큼 격차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동요는 작지 않다.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은 "'미국 마이크론(세계 3위 D램 업체)의 서울사무소가 있다면 이직하고 싶다' 같은 푸념이 나올 지경"이라며 "주변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있다"고 전했다.
CEO에 '성과급 산정 방식' 공개 질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이 걱정하는 건 '내년'이다. 올해 고군분투하며 성과를 냈음에도 원하는 수준의 성과급을 못 받았는데, 내년엔 더 깎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깜깜이'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공통적으로 일부 소수의 임직원들을 제외하면 성과급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 알 수 없다.

SK하이닉스 사내 게시판엔 회사에 '성과급 산정방식'을 공개 질의하는 4년차 직원의 글도 올라왔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아직 4년차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는 구성원으로 보이실 수 있지만 입사할 때의 기쁨과 감사함, SK하이닉스가 저에게 보여주는 믿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적고자 합니다. (중략) 1. 성과급 지급 기분이 되고 있는 'EVA'라는 지수의 산출방식과 계산법을공개하실 수 있는지, 불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2. 매년 EVA만큼 지수달성하면 성과급 및 특별기여금을 최대 기본급의 몇%까지 지급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중략) 경쟁사만큼 PS가 지급되지 않는 부분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리콘웍스'나 '원익IPS'보다 성과급이 적은 이유는 EVA라는 기준을 도입해서입니까.

실제 LG계열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실리콘웍스는 지난 28일 기본급의 6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실리콘웍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1618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이다.
타 업체선 "성과급 받아봤으면 좋겠다" 부러움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대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회사가 낸 성과의 과실은 직원들도 공유해야한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불만을 이해한다"는 얘기가 작지 않다.

부러움의 목소리도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처럼 매년 성과급을 받아보고 싶다는 얘기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직원은 "연봉의 10%라도 성과급을 받아보고싶다"며 "매년 1~2월 성과급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부문 직원들의 불만에 대해 '배부른 소리'라는 삼성 계열사 직원들의 한탄도 들린다. 삼성전자에 TV용 LCD와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OPI는 연봉의 12%, MLCC를 공급하는 삼성전기는 14%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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