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갑·박재을 형제 '우애 경영'의 결실…甲·乙 어우러져 車부품 글로벌 강자로
KBI그룹은 21개 기업으로 구성된 매출 약 2조원(2020년 기준) 규모 중견 그룹이다. 한국 독일 중국 인도 베트남을 비롯한 전 세계 10개국에서 총 4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사업 영역은 자동차 부품에서부터 강관, 건설, 부동산, 환경, 에너지, 의료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 끊임없이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결과다.

지속적인 혁신과 도전을 통해 ‘한국의 사업 혁신가(Korean Business Innovator)’로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사명 KBI에 담겨 있다.

동시에 KBI는 옛 사명인 갑을상사의 영문 표기(KaBul International) 약자이기도 하다. 옛 사명 속 ‘갑을’은 순서나 우열 등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갑·을’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형제의 이름 끝 글자로 사명을 지을 만큼 오히려 “우애 좋은 형제 경영의 결실이 담겨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박재갑·박재을 형제 '우애 경영'의 결실…甲·乙 어우러져 車부품 글로벌 강자로
사연은 이렇다. 1951년 대구 서문시장에서 포목점을 연 고(故) 박재갑 회장은 친동생인 고 박재을 회장과 대구에 1956년 신한견직합명회사를 설립해 섬유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국내 섬유산업을 이끌면서 1974년 형의 이름 끝 글자와 동생 이름 끝 글자를 모아 (주)갑을견직을 세웠고, 현 그룹의 토대를 만들었다. 박재갑 회장이 1982년 사망한 뒤 박재을 회장이 갑을그룹을 승계했다.

그로부터 5년 뒤 박재을 회장은 박재갑 회장 장남에게 갑을그룹을 물려주고 자신은 갑을상사그룹으로 계열 분리했다. 이때 분리된 갑을상사그룹이 KBI그룹의 전신이다. 2019년 현재의 사명으로 문패를 고쳐 달았다.

형제 경영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박재을 회장의 세 형제가 번갈아가면서 KBI그룹을 이끌고 있다. 박재을 회장이 1991년 유명을 달리한 뒤 장남 박유상 부회장이 25년간 그룹을 이끈 데 이어 고문으로 추대됐다. 2015년부터는 차남 박효상 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을 지휘하는 가운데 삼남인 박한상 부회장은 전선·동 소재사업과 건설, 의료 부문을 담당하는 식으로 형제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형제 경영의 문화는 KBI그룹의 새로운 심벌마크에도 녹아 있다. 이 회사의 심벌에는 지구를 형상화한 원형 모양에 한자(甲乙)의 갑과 을이 어우러져 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KBI그룹은 계열사의 사명도 새로운 기업이미지(CI)에 맞춰 점진적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박효상 회장(사진)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효율성 증대, 경쟁력 강화로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더 큰 미래의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