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주식거래 무료 앱 로빈후드가 게임스톱 등 종목에 대해 거래 제한 조치를 취하자 28일(현지시간)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 CNBC방송과 블룸버그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로빈후드 이용자인 브렌든 넬슨은 게임스톱 주식이 급등하는 가운데 로빈후드의 주식 거래 제한으로 투자 기회를 잃었다며 이날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집단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아울러 법원이 로빈후드에 대해 거래 재개를 즉시 명령해줄 것도 청구했다.

등돌린 로빈후드 '거래제한'에 뿔난 미 주식 개미들 소송
또다른 로빈후드 이용자인 리처드 가츠도 일부 종목 거래제한 조치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봤다며 이날 시카고의 다른 법원에 소장을 냈다.

최근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집결지로 한국에까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로빈후드 집단소송'(r/ClassActionRobinHood)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대화방도 만들어져 개설 당일 2만명 넘게 가입했다.

이는 로빈후드가 게임스톱, AMC, 블랙베리 등 종목의 거래를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이트레이드, 인터액티브브로커스 등 다른 증권사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로빈후드에 개인 투자자의 소송이 집중되는 것은 가난한 사람을 도운 의적 '로빈후드'의 이름을 딴 이 증권사의 무료 앱을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등돌린 로빈후드 '거래제한'에 뿔난 미 주식 개미들 소송
로빈후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늘면서 한국 증시에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듯이 코로나19 이후 미국 개인투자자를 상징하는 용어로 주목받을 만큼 개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브렌든 넬슨의 소송을 맡은 알렉산더 캐버세이러스 변호사는 "로빈후드의 임무는 모두를 위해 금융을 민주화하는 것인데 실패했다"며 "잠재적인 투자자의 요구에 응하려고 자신들의 고객을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로빈후드의 이번 거래제한 조치에 대해 미 정치권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뉴욕) 하원의원은 "헤지펀드는 마음껏 거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의 주식 매수를 막은 로빈후드 결정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다"며 청문회 개최를 지지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투자자 보호 책임 등을 이유로 거래 제한에 나선 로빈후드는 소송에 대해 아직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매수를 막은 일부 종목에 대해 29일부터 제한적인 매수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로빈후드 등 일부 증권사의 거래 제한이 취해진 28일 뉴욕 증시에서 게임스톡 주식은 전장보다 44.3% 떨어진 193.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게임스톱 주가가 하락한 것은 6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이 회사는 전날까지 올해 들어 1,700%가 넘는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 중이었다.

이는 소셜미디어(SNS) 레딧에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토론방을 중심으로 뭉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온라인 유통이 대세로 잡힌 상황에서 한물간 업종으로도 볼 수 있는 이 회사에 대규모 공매도 투자(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상태의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사서 갚는 방식의 매매 기법)를 한 헤지펀드 등 전문 투자자들은 수조 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