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홍진아 씨(31)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의 파업 소식을 접하고 "택배 기사들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최근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문한 물품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홍 씨는 "생활가전과 옷, 설 선물세트 등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해 배송이 1~3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모임 계획을 짰다"며 "당장 금요일부터 파업을 한다고 하니 물건을 못 받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오는 2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택배 노조 파업으로 온라인쇼핑몰 등의 배송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택배업계에선 노조 가입 인원이 적어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물류가 마비되는 '택배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뒀다.

비대면 쇼핑 시대…소비자 "이러다 썩은 과일 받는 거 아니냐"

택배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힌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한 골목에서 택배 노동자가 배송업무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택배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힌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한 골목에서 택배 노동자가 배송업무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쇼핑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택배 노조 파업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선식품 구매 비중이 늘어난 점도 우려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류보민 씨(33·여)는 "오픈마켓에서 과일을 구매했는데 무기한 파업이라고 하니 언제 받을지 모르겠다"며 "이러다가 파업이 끝나고 썩은 과일이 오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택배 물량이 많아지는 설 연휴를 앞두고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는 권명호 씨(33)는 "올해는 코로나19로 고향을 방문하지 않기로 해 부모님에게 선물이라도 좋은 걸 보내드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결제를 마쳤고 예상 도착 날짜는 다음주인 것으로 안내받았는데 당장 택배가 중단되면 선물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택배업계 "노조 가입률 낮아 '배송 마비'는 없을 것"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앞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앞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그러나 소비자들의 걱정과 달리 택배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이후에도 물류가 마비되는 '택배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 기사 중 노조에 가입된 인원은 10% 안팎"이라며 "29일부터 예정대로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소비자가 물건을 못 받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사의 파업으로 기사 공백이 생기는 구역은 인근 지역을 담당하는 다른 기사가 배달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명절은 택배 물량이 늘어나는 특수한 기간이기 때문에 물건이 밤늦게 도착하는 등 통상적인 배송지연 현상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택배 마비' 현상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 27일 총파업 돌입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택배사들의 합의 파기가 반복되고, 이를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조합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열린 사회적합의기구 극적타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조합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열린 사회적합의기구 극적타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택배업계 노사와 정부·여당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 기구는 지난 21일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택배사는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자동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택배사, 대리점이 분류전담인력을 투입하거나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택배사들이 지난해 10월 당시 자체 발표한 분류인력만 투입한 뒤 더 이상의 인력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당시 CJ대한통운은 4000명, 롯데와 한진택배는 각각 1000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이 투입 계획은 사회적 합의문에 명시된 대로 택배 노동자 개인별 택배 분류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택배 노동자에게 분류작업을 전가하는 것이자 과로사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논의 기구는 택배노조 등을 만나 중재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