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7개 제강사가 철스크랩(고철)을 낮은 가격에 공급받기 위해 가격 담합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역대 네 번째 규모의 공정위 과징금이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제강업체들은 고철 유통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분이라며, 공정위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고철값 담합"…3000억 과징금 맞은 철강사들 "소송 불사"
공정위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YK스틸, 한국제강, 한국철강, 한국특수형강 등 7개 제강사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가격 담합을 해왔다는 이유로 26일 과징금 3000억83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제철 909억5800만원, 동국제강 499억2100만원, 한국철강 496억1600만원, YK스틸 429억4800만원, 대한제강 346억5500만원, 한국제강 313억4700만원, 한국특수형강 6억3800만원 등이다. 공정위 본부는 2018년 제보를 받고 이 사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이 기업들을 검찰에 고발할지 다음주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7개 제강업체가 오랜 기간 은밀하게 가격 담합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7개 제강사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철근의 원료가 되는 고철 구매 기준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시장 가격을 조정했다고 봤다. 구매팀장들은 ‘오자룡’ ‘마동탁’ 등 가명을 쓰고 회사 상급자에게도 알리지 않고 회동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7개 제강사 구매팀장들은 월 1회 이상 수시로 만나 철 구매 기준가격을 “㎏당 5원 인하하자”거나 “26일 인하하자”고 합의하기도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조사 결과다. 공정위 부산사무소가 2016년 4월 현장조사를 벌인 이후에는 구매팀장 모임을 자제하는 대신, 실무자 중심으로 가격 관련 중요 정보를 계속 교환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다만 2016년 조사는 무혐의로 끝났다.

이번 공정위 제재에 제강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고철 유통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철 유통은 원래 실시간으로 정보가 흐르는 곳”이라며 “정보 교환을 위해 만나는 것을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담합으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조사 기간에 비해서 소명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업계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고철 유통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항상 부족한 ‘과수요 시장’이어서 사는 기업들이 담합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실제 담합에 나섰다는 얘기다. 제강업체들은 곧바로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최만수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