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1%를 기록했다. 기업의 수출과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늘어난 영향 등으로 한국은행의 전망치(-1.1%)보다 소폭 높았다. 26일 인천 연수구 송도 신항 한진터미널에서 한 트럭이 컨테이너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1%를 기록했다. 기업의 수출과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늘어난 영향 등으로 한국은행의 전망치(-1.1%)보다 소폭 높았다. 26일 인천 연수구 송도 신항 한진터미널에서 한 트럭이 컨테이너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1%는 국내외 기관의 예상을 웃도는 성적이다. 한국은행(-1.1%)과 국제통화기금(IMF·-1.9%)의 추정치보다 높다. 기업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늘어난 데다 정부도 재정을 쏟아부은 덕분에 침체의 골이 깊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민간소비가 외환위기 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나타내는 등 내수경기가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얼마나 빠르게 보급되느냐가 민간소비 흐름과 올해 성장률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올 성장률은 3%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 덕에 '최악 침체' 피했지만…올 '3% 성장' 백신이 가른다

지난해 ‘소비절벽’ 충격

지난해 경제를 분야별로 봤을 때 민간소비 부진이 두드러졌다. 작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5.0%를 기록해 1998년(-11.9%) 후 가장 낮았다. 국가 경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의 씀씀이 부진이 마이너스 성장률로 이어졌다. 민간소비가 위축된 것은 코로나19로 바깥 활동과 외식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은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집값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가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늘렸다고도 봤다.

작년 수출 역시 2.5% 줄어들어 부진했다. 코로나19가 세계에 퍼진 데다 미국·중국의 갈등 수위도 깊어 교역량이 급감한 여파다. 아파트 건설과 공장, 물류창고, 댐, 교량 등을 아우르는 건설투자 증가율은 -0.1%를 기록했다. 2018년(-4.6%), 2019년(-2.5%) 2년 연속 뒷걸음질친 건설투자는 기저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다시 줄었다.

공장에 들어가는 기계류 등의 투자를 나타내는 설비투자 증가율은 6.8%로 선방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미래에 대비하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의 선제적 투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도 재정을 쏟아부어 성장률 방어에 나섰다. 각종 공공물품을 더 많이 사들인 데다 건강보험급여 지출도 늘면서 정부 소비가 5.0% 증가했다.

작년 경제 충격은 자영업자와 항공사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봤을 때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2%로 1998년(-2.4%) 후 최악이었다. 서비스업 가운데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업종 생산은 5.8% 줄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존폐 기로에 놓인 항공업체가 포함된 운수업은 15.9% 감소했다. 작년에 한산했던 영화관·미술관·도서관·헬스장 등 문화·기타업의 생산 증가율은 -16.5%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생산 증가율은 -1.0%에 그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성장률 2.5~3.2% 전망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5~3.2%로 내다봤다. 수출과 민간소비, 설비투자가 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종전 2.8%에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수출 증가율이 5.3%, 민간소비 증가율이 3.1%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도 4.3%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3.2%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는 3.1%다.

대다수 해외 기관과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는 한은 수준이거나 한은보다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 LG경제연구원 2.5%, 한국경제연구원 2.7%, 현대경제연구원 3.0% 등이다.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26일 3.1%로 상향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보급 속도가 올해 성장률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백신 도입 시점과 코로나19 종식 시점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8.3~3.4%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백신이 빨리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V자형의 가파른 회복을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