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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5.1%) 후 최악의 경제 성적표다. 가계의 ‘소비 절벽’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한국은행은 2020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1830조5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실질 경제성장률은 소수점 두 번째 자리로는 -0.99%였다. 한은(-1.1%)과 국제통화기금(-1.9%)의 작년 한국 성장률 추정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을 겪은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두 차례뿐이었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국내 GDP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작년 민간 소비는 2019년보다 5% 줄었다. 1998년(-11.9%)후 가장 낮았다. 소비자들이 바깥활동을 삼가며 외식비와 영화관람료·학원비 지출 등을 억제한 영향이다.

수출 증가율도 -2.5%를 기록하면서 1989년(-3.7%) 후 가장 나빴다. 코로나19로 각국이 수출길을 막은 데다 세계 생산기지가 가동을 멈추면서 제품 교역이 줄어든 탓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0.1%를 기록했다.

그나마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좋아지면서 성장률을 떠받쳤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6.8%로 2017년(16.5%) 후 가장 높았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1%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3%) 후 최악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2%로 1998년(-2.4%) 후 최악이었다.

작년 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 -1.3%, 2분기 -3.2%, 3분기 2.1%, 4분기 1.1%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경제이 가장 좋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3.7%), 일본(-5.3%) 등 주요국 성장률도 작년 -3~-5%를 기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