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상고 포기

총수 공백…美 반도체 투자 확대 결정 '발등의 불'
삼성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 등 준법경영" 재차 강조
이재용 부회장 옥중경영 한계…비상경영체제 가동
2017년처럼 직원 동요 막으려 '사장단 성명' 낼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2017년에 이어 다시 한번 ‘총수 부재’ 상황에 빠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 나선 이 부회장.    한경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은 2017년에 이어 다시 한번 ‘총수 부재’ 상황에 빠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 나선 이 부회장. 한경DB

지난 18일 법정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4년 가까이 이어졌던 삼성 관련 국정농단 재판이 일단락됐다. 이 부회장이 재판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재상고에 힘을 쏟기보다는 어수선한 삼성 분위기를 수습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경영 키워드는 ‘각자도생’
삼성은 본격적인 비상경영체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의사결정이 ‘올스톱’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때 삼성 사장단이 내세웠던 경영 키워드는 ‘각자도생’이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데다 최고 의사결정자인 이 부회장의 부재까지 겹쳐 다른 대안이 없었다.

현재 삼성이 준비 중인 비상경영체제의 틀도 당시와 다를 게 없다. 계열사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 ‘코디네이터(조정자)’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의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에 과거 미래전략실 정도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반도체 투자 결정 내려야
우선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가 ‘발등의 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삼성에 가해지는 투자 압박이 한층 더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 “삼성전자가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3㎚(1㎚=10억분의 1m)급 생산 공정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매체들도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확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자국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며 “삼성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3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평택 P3라인에 대한 세부 투자 계획도 세워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P3라인을 착공했지만 어떤 분야에 얼마만큼의 투자가 이뤄질지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수십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CEO가 하자, 말자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모든 의사결정을 옥중에 있는 이 부회장에게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임직원 동요 막을 방안 고심
임직원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2017년처럼 사장단 명의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사장단은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이 있다”며 “회사를 믿고 각자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2017년 8월엔 당시 CEO였던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불확실한 상황이 안타깝지만 우리 모두 흔들림 없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자”며 임직원을 다독였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 명의의 성명서를 낼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임직원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법경영 기조 이어질 듯
삼성은 이번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준법경영 기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도 지난 21일 변호인을 통해 삼성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그가 구속된 후 내놓은 첫 옥중 메시지였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 등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라며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결과는 상관없이 이 부회장의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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