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산봉관광단지 조감도
묘산봉관광단지 조감도
한라그룹이 카카오와 손잡고 제주도에서 초대형 관광단지 개발에 나선다. 한라그룹은 1조원을 유치해 제주 묘산봉관광단지 개발을 이르면 2025년 완료할 계획이다. 골프장과 호텔, 식물원 등을 갖춘 복합관광단지를 조성해 제주 관광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라홀딩스는 최근 카카오VX와 스톤브릿지자산운용을 묘산봉관광단지 투자 유치를 위한 1단계 파트너로 선정했다. 스톤브릿지자산운용이 투자를, 카카오VX는 운영을 맡는다.

1단계 사업은 골프장(세인트포CC)과 부대시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한다. 투자업계에선 한라가 사업 파트너로 카카오VX를 택한 것과 관련, 스포츠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카카오VX의 운영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묘산봉관광단지는 제주 동북부에 있는 관광특구다. 면적은 430만㎡로 제주 관광개발 사업장 중 가장 넓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등 제주 주요 관광지와 가깝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신공항(제2공항)과 16㎞가량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마파크·식물원…제주 최대 관광단지로 개발

제주 묘산봉관광단지는 한동안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2006년 제주도로부터 관광개발사업 시행을 승인받았지만, 시행사(에니스)는 골프장(세인트포CC)과 휴양콘도만 완공하고 추가 개발을 하지 못했다.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라홀딩스와 건설 계열사 (주)한라는 2016년 시행사를 인수했다. 각각 1300억원, 800억원을 투자했다. 한라그룹은 지금까지 골프장을 운영하는 데 집중했지만, 최근 부지를 본격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한라그룹, 카카오 손잡고 제주에 관광단지 만든다
제주 북동부지역이 관광 사각지대가 된 상황이어서 제대로 된 관광단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여행 수요도 크게 늘면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라홀딩스 자회사인 제이제이한라가 에니스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 처음 흑자를 내면서 투자 여력도 생겼다.

한라그룹은 우선 카카오VX, 스톤브릿지자산운용과 골프장 및 부대시설(172만㎡ 규모)을 업그레이드한다. 1200억원이 1단계 사업에 투입된다. 세인트포CC(36홀)는 아시아 100대 골프장(지난해 80위)으로 선정되는 등 명문 골프클럽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카카오VX는 골프와 관련해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세인트포CC 업그레이드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최고 수준의 골프장으로 올라서기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VX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스크린골프장, 스마트폰 앱 기반의 골프예약 서비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홈트레이닝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선 기존에 없던 체험형 헬스케어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라그룹은 1단계 사업 투자 유치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2단계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나머지 부지에 본격적으로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한라그룹은 테마파크와 식물원, 공연장, 호텔 등을 건립해 묘산봉 일대를 복합관광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라홀딩스는 인프라 공사를 비롯한 준비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라그룹은 자동차 부품 외 분야에는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았는데, 최근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 과거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한라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