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한국은행이 이를 모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기반으로 나랏빚을 사실상 무제한 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이 정치권의 각종 포퓰리즘 법안에 적용되면 국가채무가 순식간에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은 필요 재원을 한은이 대도록 해 놨다. 법안은 “국가는 손실보상금 및 위로금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발행한 국채는 한국은행이 매입하며, 매입 금액은 정부 이관 후 소상공인 및 국민에게 지급한다”고 돼 있다.

한은이 발권력을 가진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제한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해 현금을 살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 24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필요 재원을 이 같은 방식으로 조달하면 이 금액만큼의 적자국채가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쌓인다. 올해 940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국가채무가 당장 1000조원을 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이런 재원 마련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 같은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아 한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중앙은행이 정부 채무를 떠안는 이른바 ‘정부 부채의 화폐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 지출을 그대로 뒷받침하는 부채의 화폐화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작년 약 8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매입한 것에 대해서도 “한은은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일시적 불안시에 금리 급등 방지 차원에서 매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직매입하는 법안은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 권한을 흔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김익환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