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보호를 이유로 한 달에 두 번 대형마트 문을 닫도록 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편익만 해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전면 폐지하자는 내용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 60% "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국민 절반 이상 “유통규제 완화해야”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58.3%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거나 평일 의무휴업 시행 등의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의무휴업 일수 확대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1.6%에 그쳤다. 설문조사는 지난 18~1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3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의무휴업제로 대형마트에 못 가게 됐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전통시장을 방문했다’는 응답은 8.3%에 불과했다. ‘당일 구매하지 않고 대형마트 영업일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응답이 28.1%를 차지했다. 슈퍼마켓(37.6%)과 편의점(11.3%)을 이용하거나 온라인 쇼핑(14.7%)에서 산다는 응답도 많았다.

복합몰 규제 반대가 찬성 앞서

의무휴업 규제를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로 확대하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49.3%)가 찬성(40.5%)보다 많았다. 복합쇼핑몰이 많이 입점한 수도권 응답자(519명)를 대상으로 할 경우 반대 비율이 53.6%로 절반을 넘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채널의 영업일을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규제하자는 정책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5.1%가 ‘바라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대 이유로는 가장 많은 70.6%가 ‘소비자 편익 보호’를 꼽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따른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규제가 강화되면 유동인구가 급감해 도리어 입점 소상공인과 주변 상가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서 규제 철폐 논의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매달 2회로 규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삭제하고 휴업일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다음달 초 발의할 예정이다. 현재 법안 초안을 완성하고 발의 최소 요건인 ‘동료 의원 10명 동의 서명’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같은당 김성원 의원 역시 지난해 10월 지방자치단체장 재량으로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이 아니라 평일 등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입점제한이 필요한 전통상업보호구역과 상업진흥구역으로 나눠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허 의원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무휴업에 따라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휴업일은 기업 자율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유통규제 철폐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지역구 기반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규제를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하고, 출점규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입법안을 14건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유통규제 강화법을 2월에 처리하기로 공식화한 상태다.

최만수/박종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