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 추가 격려금·위로금도 150만원…작년보다 늘어
"상황 낫다고 임금 등 올리면 정치적 압력·사회적 비난 빌미"

은행팀 =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한파'로 상당수 기업에서 성과급이나 임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은행은 '200% 성과급' 등과 함께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등의 수요 덕에 대출 규모 자체가 크게 불면서 지난해 은행권 이익이 2019년보다도 상당 폭 늘었기 때문으로, '코로나 역설'의 대표적 사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반강제적 이익공유 강행 움직임도 논란거리지만, 금융권이 스스로 좀 더 주위를 살피지 않고 내부 분배에 몰두하면서 '빌미'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영끌·빚투 승자는 은행…'200% 성과급' 줄줄이 타결

◇ 공동임차제도 등 복리도 강화…희망퇴직금도 증액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19일까지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노사가 차례로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빼고 대부분 임단협을 마무리한 셈이다.

임금 인상률의 경우 4개 은행 노사 모두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앞서 합의한 1.8%를 받아들였다.

1.8% 가운데 절반(0.9%)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내용도 공통적이다.

은행마다 '보로금' 등 명칭에 차이는 있지만, 성과급은 기본급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의 180∼200% 수준으로 전년도와 약간 적거나 비슷하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1년 전과 같은 200%, 신한은행이 10%포인트(p) 낮아진 180%의 성과급을 준다.

예를 들어 부지점장의 월 기본급이 700만원 정도 되는 만큼, 이들은 1천400만원 정도의 목돈을 기대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180% 가운데 30%는 3월께 주식 형태로 지급된다.

지난 13일 임단협을 타결한 우리은행 노사의 경우 특별상여금 수준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확정된 뒤 지급 여부나 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임금 인상률이 전년도(2%)보다 0.2%포인트 낮고 일부 은행의 성과급 비율도 소폭 떨어졌지만, 성과급과 별개로 지급되는 격려금·위로금, 신설된 복지 혜택 등을 고려하면 은행 직원들의 주머니가 오히려 더 두둑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작년 연말 '특별 위로금' 명목으로 150만원이 현금으로 지급됐는데, 상당수 호봉에서는 성과급 비율 하락(10%p)에 따른 감소분을 상쇄하고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월 기본급이 700만원이라면 성과급은 70만원(10%) 줄더라도 전년에 없었던 150만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성과급에 더해 15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연말연시 '보너스' 성격의 현금이 전년보다 50만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새 복리 후생 제도도 많이 도입됐다.

농협은행 노사는 특수근무지 수당 대상 확대, 국내여비 개선 등에 합의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직원 1대1 맞춤 건강관리 프로그램 신설, 육아휴직 분할사용 횟수 확대, 반반차 휴가 신설, 회사가 보증금의 반을 내주는 공동 임차제도 도입 등을 관철했다.

올해 희망퇴직 조건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특별퇴직금이 전년의 최대 27개월치 평균 임금에서 36개월치(관리자급은 27~33개월치)로 늘었고, 농협은행의 특별퇴직금도 1년 사이 최대 20개월치에서 28개월치로 증가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성과급 수준은 전년과 비슷하고, 일부 격려금 등이 늘어난 부분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창구에서 재택근무 등 없이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위로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 한파 속 5대 금융지주 작년 '사상최대' 이익 낸 듯
이처럼 전반적으로 은행권의 임금 사정이 나은 것은, 수출 업종을 제외하고 내수 업종으로서는 드물게 은행 등 금융권의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만 봐도, KB금융지주(2조8천779억원)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5%, 신한금융지주(2조9천502억원)도 1.9% 증가했다.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하나금융지주(2조1천61억원)와 농협금융지주(1조4천608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각 3.2%, 4.8% 불어난 만큼, 추세대로라면 5대 금융지주가 무난히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업종의 작년 연간 순이익이 2019년보다 7% 많은 15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경기 악화 속에서도 금융업이 오히려 성장한 것은, 무엇보다 생활고·경영난에 따른 자금 수요와 부동산·주식 투자수요(영끌·빚투) 등이 겹쳐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각 은행의 전체 원화대출 증가율(작년말 대비)을 보면 NH농협은행이 9.9%(211조→232조원)로 가장 높고, KB국민은행이 8.7%(269조→292조원)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대출이 각 7.7%(225조→242조원), 7.4%(218조→234조원) 늘었고 우리은행은 6.8%(220조→235조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그룹별 3분기 누적 순이자 이익도 ▲ KB금융 7조1천434억원(작년 동기 대비 4%↑) ▲ 신한금융 6조450억원(2%↑) ▲ 농협금융 5조9천604억원(1.1%↑) ▲ 우리금융 4조4천280억원(0.2%↑) 등으로 작년보다 대부분 늘었다.

하나금융(4조3천312억원)의 경우 0.3% 줄었지만, 감소 폭은 미미했다.

아울러 '동학개미운동'으로 알려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도 금융 그룹 계열 증권사들에 주식 위탁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수익을 몰아줬다.

각 금융 그룹의 계열 증권사 3분기 누적 수수료수익은 ▲ KB증권 6천801억원(작년 동기 대비 59.5%↑) ▲ 신한금융투자 5천369억원(43.8%↑) ▲ 하나금융투자 3천952억원(37.8%↑) ▲ NH투자증권 7천315억원(63%↑)으로, 1년 새 40∼60% 급증했다.

여권이 '이익공유제'의 타깃으로 금융권을 지목하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권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돈을 출연해서 코로나 피해 계층을 지원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여러모로 사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어려운 상황인데, 금융권의 경우 비교적 상황이 낫다고 해서 임금이나 보수, 복지 등을 무리해서 늘리려고 한다면 스스로 사회적 비난이나 정치권의 압력에 노출될 빌미를 준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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