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 열기가 뜨겁다. 현대제철, 현대오일뱅크,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비(非)금융사들이 줄줄이 ESG 채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비금융사의 1월 ESG 채권 발행만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과거 ESG는 공기업과 금융사의 전유물이었다. 발행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ESG를 최대 화두로 꺼내 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ESG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기업을 결정하면서 ESG를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ESG 경영에 힘을 쏟고 있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점차 좋은 대우를 받아, 결국 조달 비용까지 낮추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ESG 채권 평가에 소극적이던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적극적으로 ESG 평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미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모두 ESG 평가 사업을 시작했다.

ESG 채권 평가는 회사채나 기업 신용등급 평가와는 성격이 다르다. 기업 신용등급이 높다고 ESG 채권 평가 등급까지 덩달아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신용평가사는 ESG 채권 발행 자금으로 투자하는 프로젝트의 적합성, 외부 공시 등 통합적인 ESG 시스템 체계를 평가한다.
[한경 CFO Insight] ESG채권 등급 높게 받으려면?

평가 결과는 등급으로 제시된다. 의견으로 제시될 수도 있지만, 시장과 기관투자가의 요청 등으로 인해 체계적이고 서열적 의미를 갖고 있는 등급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서열 체계가 명확한 등급으로 ESG 채권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면, 기업들은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 간 격차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마다 ESG 채권 등급 체계는 조금씩 다르다. 등급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나 평가 요소는 크게 차이가 없다. 일단 프로젝트의 적합성이 가장 중요하다. 최종 등급에서 평가 비중으로 치자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프로젝트가 ESG 특성에 맞는지, 환경·사회적 영향이 어떤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엔 적격 프로젝트에 전체 자금의 얼마가 투입되는 지가 중요하다. 통상 90% 이상 투입돼야 최고점을 받을 수 있다. 30% 미만이면 최저점을 받는다.

그 다음이 프로젝트 선정의 적정성이다. 가장 우수한 ESG 채권 등급 점수가 100점이라면, 프로젝트 선정의 적정성이 이 중 20점을 좌우한다. 프로젝트 선정을 위한 내부적인 의사 결정 체계와 조직을 갖췄는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밖에 투입되지 않은 자금의 관리 계획이나 자금 운용 현황에 대한 공시 체계, 정보 제공 수준도 ESG 채권 등급을 결정하는 요인들이다.

권성철 나이스신용평가 ESG 인증평가팀장은 "과거 기업의 환경·사회적 실적과 다양한 돌발 변수가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타 고려 요소도 최종 등급 결정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신용평가사들은 ESG 채권 종류에 1~5의 숫자를 붙이는 식으로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예컨대 녹색채권의 경우 매우 우수하면 그린1, 취약한 상태면 그린5를 부여하는 식이다.

시장 일각에선 벌써부터 신용평가사 간 영업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한 때 회사채 신용등급 관련 '등급 쇼핑'이 시장의 큰 문제가 됐다"며 "결국 신용평가사도 수익 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사에서 평가받도록 과도하게 영업을 했고, 기업들도 신용등급을 더 높게 주는 신용평가사를 선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SG 채권 평가 역시 초반에는 이같은 신용평가사 간 과열 경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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