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수없이 많은 딜 소식이 나옵니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로 미뤘던 딜 수요가 정말 많았음을 체감하게 됩니다. LG전자가 오랫동안 운영해 온 휴대폰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을 비쳐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것도 정말 큰 결단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네이버가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기로 하고, 빅히트와 지분교환을 추진하는 등 콘텐츠 영역의 경쟁력을 착실히 키워가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은행 면허를 사기 위해 지방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저희가 전해드렸는데, 해당 은행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번 레터에서 전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주간의 M&A 소식 전해드립니다.

1. LG전자 휴대폰 사업부의 운명은

LG전자 스마트폰을 쓰시는 분들은 LG전자가 스마트폰을 포기한다는 갑작스러운 소식(1월21일)에 마음이 싱숭생숭하셨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고전하던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냥 해체할 수는 없고, 자연히 매각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카톡방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 입찰을 했고 이들을 제치고 더 높은 값을 써낸 '빈스마트'라는 베트남 빈 그룹 계열사가 유력하다 이런 글이 돌았는데요.

현재 입찰이 진행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입찰을 위해서는 실사를 비롯해 다양한 관계자들이 관여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하지만 매각을 시도하고, 여러 곳과 대화를 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심사인데, 역시 매각을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누가 살 것인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빈그룹이 이미 사기로 협상이 진행된다는 보도들이 있었으나 저희 취재로는 아직 확실한 단계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밑에서 모종의 접촉이 이리저리 오가고 있으리라는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LG전자 측은 일단 MC 사업부 정리 및 매각을 위하여 로펌 김앤장을 선임했다고 합니다.

누가 사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금세 떠오르는 주체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모펀드(PEF)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우선 떠오릅니다. 전략적 투자자(SI)라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처럼 약간 후발주자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글로벌 IT 기업이 인수한다면 오랜 부진을 끝내고 오히려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보기엔 여러 가지 요건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LG전자가 최근 롤러블폰 기술력을 과시한 것은 매물로서의 가치를 어필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LG전자가 이달 초 미국 CES에서 공개한 '롤러블폰' 이미지.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이달 초 미국 CES에서 공개한 '롤러블폰' 이미지. /LG전자 제공.

2. 네이버의 금융영토 확장 의지

앞서 저희 M&A팀과 여러 부서 간 공조로 네이버가 제주은행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였다는 기사가 나갔습니다. 네이버에서는 이 기사가 나간 후 출입기자들에게 '사실무근'이라는 문자를 보냈고(공시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제주은행은 이와 관련하여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저희도 기사를 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혼란을 느끼실 독자 여러분께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부연 설명을 조금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검토 사실은 복수로 확인하였습니다. 검토 자체가 완전히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저희도 기사를 내리든지 후속 조치를 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희는 네이버가 제주은행을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검토'란 굉장히 다양한 단계가 있지요. 저희가 볼 때도 '인수가 임박했다'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초기단계의 검토였다고 봅니다. 금산분리 / 은산분리의 여러 규제 속에서 실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딜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제주은행이 아니라 네이버입니다. 네이버가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네이버는 작년에도 신한금융지주와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논의를 하다가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인수 혹은 투자 대상이 굳이 오프라인 영업을 하는 제주은행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은행을 갖기는 힘들다는 점을 가장 잘 아는 네이버가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를 생각해 봤다는 부분이 가지는 함의가 있다고 봅니다. 기사가 나가고 사실무근이라는 공시도 나오자 많은 은행권 분들이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하며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은행들로서는 카카오, 토스, 케이뱅크로 모자라 네이버와도 본격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한숨이 나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 향방이 어떻게 될 것이다 단언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네이버는 금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IT 공룡의 금융업 진출이 찻잔 속 태풍이 될지 아니면 금융의 정의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행동이 될지 궁금합니다.

3. 콘텐츠 왕국을 만드는 네이버

네이버가 확실하게 인수를 발표한 건도 있었습니다. 네이버는 세계 최대 웹툰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요. 네이버 웹툰을 IPO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Wattpad)' 지분 100%를 6억달러(약 6600억원)에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왓패드는 매달 9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스토리텔링 플랫폼입니다.
[한경 CFO Insight] 딜리뷰-네이버의 무서운 영토 확장

네이버는 창작물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구글과 달리 네이버와 같은 한국식 포털은 처음부터 독특하게 블로그, 까페와 같은 사용자 생산 콘텐츠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았습니다. 뉴스도 네이버 뉴스에서 보는 분들이 많지요. 플랫폼 위에 살아 있는 콘텐츠를 올려서 끊임없이 사용자들이 찾아오게, 혹은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게 네이버의 장기입니다. 웹툰에 이어 웹소설까지 가지게 되는 것은 네이버의 '한국식 플랫폼'이 글로벌 판에서도 먹히도록 하기 위한 핵심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주 나온 또 다른 소식, 네이버가 빅히트와 지분 교환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빅히트의 최고 히트작 BTS의 팬클럽 '아미'가 활동하는 '위버스'를 중심으로 하는 K팝 커뮤니티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네이버는 이미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많은 콘텐츠 업체와 손을 잡았습니다. 미래에셋대우와 '피를 섞어' 네이버페이의 기틀을 잡았고, CJ대한통운과 함께 유통으로도 진출했습니다.

포털이 처음 시작했을 때, 이런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한경 역시 콘텐츠 제공자로서 네이버와 여러 형태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포털의 힘이 필요하면서도 또 무섭습니다.

4. FI 수난시대? - DICC 대법원 판결 & 검찰의 교보생명 투자 FI 기소

두산인프라코어의 새 주인으로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낙점된 상태에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의 주요 변수였던 소송전 결과가 뒤늦게 나왔습니다. 인프라코어의 자회사 DICC의 IPO 여부를 놓고 두산그룹과 FI는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었는데, 1심은 두산그룹 승, 2심은 FI 승이었으나 3심인 대법원은 두산그룹 쪽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신문에는 길지 않게 나갔습니다만 지난 주 M&A 업계 관계자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 것은 교보생명 관련 뉴스였습니다. 검찰은 교보생명에 투자한 FI 및 비상장인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계산한 안진회계법인의 실무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서로 짜고 주식가치를 계산했다는 것인데, 많은 부분에서 의문점이 생기는 기소입니다. 그러나 검찰이 준비한 논리와 증거가 있을 테니 지금 단정해서 판단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소라는 점에서 PEF 관계자들, 회계법인 관계자들의 충격이 큽니다. 중재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검찰 기소로 인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보생명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자 CFO Insight에 김리안 기자가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이 글도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5.이외의 여러 소식들

CJ그룹의 뚜레쥬르는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의 품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자본주의의 첨병 칼라일과 우리 동네 빵집이라니, 약간 언밸런스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뚜레쥬르의 몸값은 2700억원으로 일단 책정된 상태입니다. CJ푸드빌 안에 뚜레쥬르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신설회사로 보낸 후에 CJ푸드빌을 칼라일에 넘기는 형식으로 예상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CJ푸드빌의 자산과 부채를 어떻게 분할하느냐에 따라 '진짜 몸값'이 결정될 전망입니다. 칼라일이 뚜레쥬르에 투자하기로 하면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경쟁 파리바게뜨(SPC그룹)가 아닐까 합니다. 뚜레쥬르가 칼라일의 투자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대폭 키울지 궁금합니다.

배달 2위 요기요가 다시 매물로 나왔는데,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런데 막상 누가 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관전평만 내놓고, 사겠느냐고 하면 "글쎄요" 하는 분위기인데요. 이유는 많습니다. 1위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가게 되었고, 쿠팡이츠가 무섭게 달려들고 있습니다. 요기요를 인수하는 측은 앞으로 배민, 쿠팡이츠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가야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 만한 매력이 있을까? 그러려면 얼마에 이 회사를 사야 할까? 그런 것이 인수후보들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가격'에 달려 있겠지요. 매각전이 흥행에 실패할 정도의 부정적인 요소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이베이 본사는 지마켓, 옥션, 지구(G9)를 거느리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임했습니다. /한경DB

이베이 본사는 지마켓, 옥션, 지구(G9)를 거느리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임했습니다. /한경DB

저희 마켓인사이트가 먼저 보도한 이베이코리아 매각 사실이 외신발(블룸버그통신)로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지난 번에 '사실무근'이라고 했던 이베이코리아는 이번엔 백기를 들고 매각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고 있는 이베이는 '우리가 이만큼 효율화하고 있다'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요기요를 팔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리조트 매각전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금호석유화학이 선정되었습니다. 아시아나CC와 통영마리나리조트, 중국웨이하이포인트리조트앤드호텔 등을 거느리고 있는 금호리조트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크게 아끼던 회사였지요. 특히 아시아나CC에 공을 들인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박 전 회장의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같은 이유로 이 회사를 가지고 싶어했습니다. 매각 가격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에쿼티 기준 2000억원대 후반, 부채 포함 기업가치는 6000억원대 중후반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입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