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경제민주화’를 기업 경영의 위험 요인으로 꼽는 상장회사가 늘고 있다.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증권신고서에 정부의 경제 정책이 기업 투자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증권신고서에 경제민주화를 핵심 투자 위험 요인으로 올린 상장기업은 CJ, 롯데지주, 동아쏘시오홀딩스, 대림산업 등 20곳이었다.

한 상장기업은 증권신고서에 “대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지주회사 요건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및 금산분리 감독 강화 등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각종 방안이 입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 이후 자회사 지분율 및 부채비율 유지 등에 있어 한층 강화된 규정을 준수해야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경제민주화는 지난 정부에서도 강조된 개념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민주화를 투자 위험 요인으로 올린 기업은 신세계푸드뿐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해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골목 상권 진입을 규제했다. 데이앤데이 등 제과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는 증권신고서에 “제빵업계는 경제민주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경제민주화를 투자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경제민주화를 핵심 투자 위험 요소로 올린 상장기업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정부·여당은 경제민주화를 ‘공정 경제’ 개념으로 확대해 각종 입법에 나섰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상장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를 핵심 투자 위험 요인으로 꼽는 경향이 커졌다는 게 경제계 분석이다. 또 다른 상장회사는 증권신고서에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있는 기업들은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 시 유의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 정책이 기업의 핵심 투자 위험 요인으로 올라간 경우는 드물다”며 “최근 정부·여당에서 밀어붙이는 이익공유제 등도 경제 민주화 정책의 일환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