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의 배경은 2045년의 메타버스인 오아시스다. 영화는 미래를 그렸지만 영화 속에선 슈퍼마리오 킹콩 건담 팩맨 등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캐릭터가 잔뜩 등장한다.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할리데이가 젊은 시절 누렸던 문화다. 1980년대를 겪어보지 않은 주인공 웨이드에게 당시의 대중문화는 신선한 동시에 궁금증의 대상이다. “난 2025년생인데 1980년대에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우상들처럼.” 웨이드는 오아시스 속 할리데이의 기억을 모아둔 박물관을 드나들며 1980년대 대중문화를 탐닉한다.

과거의 문화가 젊은 세대에는 신선함을, 중장년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경향을 ‘뉴트로’라고 한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건 뉴트로가 아니다. 뉴트로는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고 즐긴다. 예전에 썼던 필름카메라를 다시 쓰는 게 아니라 필름카메라와 비슷한 색감을 내는 스마트폰 앱이 유행하는 게 좋은 예다. 기업들은 뉴트로 트렌드를 마케팅과 제품 기획에 활용한다. 단종된 과거 제품이나 문구를 앞세워 소비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오아시스 속에서도 과거의 대중문화 캐릭터가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한다. 아바타의 모습을 한 웨이드가 ‘백 투더 퓨처’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자동차를 타고 레이싱을 즐기는 동안 쥬라기공원의 티렉스가 나타나 길을 가로막고 킹콩이 자동차를 집어 던지는 식이다. 곳곳에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레디플레이어원을 감상하는 묘미다.

이렇게 제작자나 프로그래머가 게임, 영화, 책 등에 몰래 숨겨놓은 장면이나 기능을 ‘이스터에그’라고 한다. 이스터에그는 부활절 토끼가 부활절 전날 아이들이 있는 집에 색을 칠한 달걀을 숨겨놓는다는 풍습에서 나온 단어다. 영화나 게임 제작사들은 이스터에그를 찾는 재미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레디플레이어원 역시 영화 포스터에서 수많은 1980년대 대중문화 캐릭터를 늘어놓으며 ‘이게 전부일까? 극장에서 더 찾아봐!’라는 문구를 담았다. 미국 영화 미디어 IGN이 공개한 목록에 따르면 레디플레이어원 속 이스터에그는 적어도 138개에 이른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