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실내 환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환기시스템 시장에 지난해 보일러, 주방가전 업체에 이어 올해는 건축자재 업체까지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변화로 확대된 B2B(기업간 거래) 시장과 함께 증가하는 주택 리모델링 수요를 포함한 B2C(기업-소비자 거래) 시장까지도 겨냥한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환기시스템은 주택이나 상업시설, 학교 등의 실내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외부 공기를 다중 필터로 정화해서 실내로 들여오는 시스템이다. 실내의 미세먼지 제거 뿐만 아니라 두통과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와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를 낮춰준다는 장점이 있다. 내부공기를 배출하고 외부공기를 들여올 때 열에너지를 교환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시스템으로 문을 열지 않고도 깨끗한 공기로 바꿀 수 있어 수요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같은 환기시스템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2일 국내 대표 건자재업체인 LG하우시스는 ‘LG지인 환기시스템’을 내놓으며 환기시스템 시장에 뛰어들었다. 거실과 침실 등 외부 공기와 접하는 창호에 결합해 시공하는 방식으로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창호를 교체할 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집을 고치려는 개별 소비자도 수요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다수의 중소업체가 주도하던 환기시스템 시장에 경쟁의 불씨를 당긴 것은 보일러업체들이었다. 이들은 공조시스템과 에너지 관련 제품을 만들던 기술력을 활용해 환기시스템을 개발했다. 경동나비엔은 2019년 12월 4단계 필터 시스템을 통해 초미세먼지 기준보다 10배 작은 0.3마이크로미터 이하 먼지를 99% 이상 제거하는 청정환기시스템 ‘에어원’을 내놓았다. 이어 귀뚜라미는 지난해 5월 동코팅 처리로 살균력을 높인 40㎜ 헤파필터를 적용한 ‘환기플러스 공기청정시스템’을 선보이며 경쟁이 가열됐다. 이들 제품은 주택 천장에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인 덕트를 설치해야하기 때문에 집고치기에 나선 개별 소비자보다는 주택 신축에 나서는 건설사 쪽에서 더 수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주방가전업체 하츠는 지난해 10월 자외선 발광다이오드 광촉매 기술을 적용한 환기청정기 ‘로파S’를, 욕실 환풍기업체 힘펠은 작년 7월 벽에 구멍을 뚫어 배관을 연결하는 방식의 스탠드형 환기시스템 ‘휴벤S2’를 출시하며 틈새시장을 열었다.

이들 업체들은 환기시스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4월 ‘건축물의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환기시설 의무사용 기준을 기존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서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해까지 환기시스템이 연간 20만대 약 1500억원 규모로 추산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규칙 개정 이후 의무 설치 세대가 늘어나면서 신축 주택을 중심으로 한 B2B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환기시스템이 등장하면서 B2C 시장에서도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