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추진에 맞춰 수장도 교체했다.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 점유율 선두권인 G마켓과 옥션 등이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재편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몸값 최대 5조원 이를 듯

이베이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미래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여러 선택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베이가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베이는 옥션(2001년)과 G마켓(2009년)을 연이어 인수한 뒤 2011년 이베이코리아를 출범시켰다. G마켓·옥션·G9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몸값은 최대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베이의 전 세계 활성 이용자는 총 1억8300만 명으로, 연 매출의 약 11%가 한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은 약 19조원(2019년 기준)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은 14% 내외다.

유통 대기업이 인수 나설까

이베이가 한국 사업 매각에 나서면서 인수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능성 있는 인수 후보군에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대기업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 유통 대기업은 온라인 시장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e커머스 시장에서 선두권으로 부상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G마켓과 옥션을 동시에 품을 경우 향후 유통시장의 주요 격전지가 될 e커머스 시장에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이 결합할 경우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KKR(티몬의 최대주주)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SSG닷컴에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등도 물망에 오른다.

협상 가격이 관건

이베이코리아 매각 공식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약 5조원에 이르는 금액이 관건으로 꼽힌다. 이베이코리아는 2005년 이후 15년 연속 흑자를 거뒀지만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2010년 20%대였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5.7%까지 떨어졌다. 쿠팡과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업체 시장 점유율이 급성장한 영향이다.

한편 이베이코리아는 21일 사장을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2013년부터 8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변광윤 사장이 물러나고 전항일 이베이재팬 대표(사진)가 후임으로 선임됐다. 연세대를 졸업한 전 사장은 2003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해 영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2018년 이베이재팬 대표 자리에 올라 이베이재팬 실적을 2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시키는 성과를 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