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5억유로(약 6680억원) 규모의 소셜 커버드본드(이중상환 청구권부 채권)를 발행했다. 시중은행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첫 사례다. 국내 은행이 글로벌시장에서 건전성과 수익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은행은 유럽 자본시장에서 5억유로 규모의 소셜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커버드본드란 금융회사가 중장기 자금 조달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투자자는 회사가 도산했을 때 우선청구권을 갖고, 발행자의 상환 재원이 부족할 때도 기타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등 ‘안전장치’를 받는다.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로 유럽에서 자금 조달을 한 금융기관은 수출입은행이 유일했다. 지난해 7월 총 1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했다. 5억유로 규모의 소셜본드를 연 -0.118% 금리(3년 만기)로 찍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하나은행이 발행한 채권의 실질금리는 연 -0.17%로 더 낮다.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로 환산할 때 사용하는 유로화 미드스와프(MS) 금리에 0.27%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처음 시장에 제시한 미드스와프 대비 가산금리는 +0.33%였지만 발행금액의 3.7배(18억5000만유로)의 ‘사자’ 주문이 몰리며 금리를 더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 등의 다양한 자산운용사와 유럽 중앙은행의 매수 주문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유럽 기관투자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소셜본드로 발행했다. 소셜본드란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투자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쓰겠다고 약속하는 채권을 말한다. 하나은행은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로부터 최고 등급인 AAA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번 거래는 BNP파리바, 씨티, JP모간,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 증권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공동으로 맡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졌음에도 한국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ESG 채권 발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대훈/김진성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