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첨단방사선공학연구실, 인체전산모델 개발 '국제표준'으로
사람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상황을 컴퓨터를 통해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선 사람을 3차원 공간에서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해야 한다. 지금까지 빈틈없는 구조의 인체 모델을 제작하기 위해 주로 복셀(voxel)이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복셀 모델은 레고 조립처럼 직육면체를 쌓아서 인체의 장기와 조직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근본적으로 인체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m) 단위의 작은 조직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이미 제작된 인체 모델의 자세를 변형시키거나 체형을 바꾸는 것도 어려웠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첨단방사선공학연구실은 복셀 대신 사면체 메시를 사용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최근 연구실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사면체 메시형 인체전산모델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차세대 국제 표준 인체전산모델로 채택됐다. ICRP는 방사선 안전 및 방호에 관한 원칙과 기준을 개발하고 국제사회에 권고하는 방사선 방호 관련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전문기관이다. 이 기관은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국제 표준 인체전산모델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한양대 첨단방사선공학연구실, 인체전산모델 개발 '국제표준'으로
김찬형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책임교수(사진)는 “차세대 메시형 ICRP 국제 표준 인체전산모델은 사면체 메시를 기반으로 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모델로 방사선량 평가의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자세 및 체형 변형이 쉬워 피폭자 개인의 체형이나 움직임까지 고려한 정밀한 선량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인체 전산 모델은 방사선 방호뿐만 아니라 방사선 진단·치료 등 의료 분야에도 활용될 것”이라며 “나아가 비방사선 분야에서도 전파·인체 간 상호작용, 자동차 충돌 모의실험, 가상공간 수술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양대 첨단방사선공학연구실은 ICRP가 채택한 표준모델의 체형을 변형해 200여 개의 모델로 이뤄진 인체 모델 라이브러리를 생성해 세계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또 인체 모션캡처 기술과 연계해 실제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동일하게 움직이는 모델도 개발 중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