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법정 구속돼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 행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삼성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49재를 치른 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계열사 지분 정리 등의 작업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배구조 개편·회장 취임도 '급브레이크'
우선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당초 삼성 안팎에선 오는 3월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복귀하는 동시에 그룹 회장에도 취임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보다 나이가 어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회장으로 그룹을 통솔하고 있는 만큼 격을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란 논리였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임원에 복귀할 것이란 관측도 무성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0월 말 사내이사 임기를 마친 후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현재 삼성전자의 등기임원은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한 온전히 삼성물산과 총수 일가 지분으로 옮기는 것이 지배구조 개편의 목표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 이하로 줄여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해진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은 삼성물산이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19.34%), 삼성전자(5.01%), 삼성바이오로직스(43.44%)의 대주주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51%,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31.49%를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이 상속인들에게 남긴 지분은 삼성생명 20.76%, 삼성전자 4.18%다.

이 부회장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뒤 상속세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지분 및 자산 매각, 외부 투자자 유치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