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를 막기 위해 은행의 한도대출 상품인 ‘마이너스 통장(마통)’ 대출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새해 들어 은행마다 마통 신규 개설과 기존 사용액이 동시에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증시로 흘러가는 개인 자금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개인 신용으로 받는 대출 문턱까지 계속 높아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고액 마통’ 신규 관리할 것”

금융당국, 신용대출 이어 마이너스통장 조인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고액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 신규 개설·연장에 대한 관리 방침을 세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개설한 마통을 곧장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새로 고액 한도의 마통을 여는 것을 은행들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통을 새로 개설하거나 기존 마통을 연장할 때 가입 조건이 강화되거나 한도가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당국이 마통에 대해 ‘특별 관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하루 신규 마통 개설 건수는 지난달 31일 1048건에서 14일 기준 2204건으로 늘었다. 2주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하루에만 2742건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새해 들어 14일까지 5대 은행에서 새로 연 마통 계좌 수만 2만588개에 달했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마통 사용액(잔액)도 46조5310억원에서 48조1912억원으로 1조6600억원 불어났다.

마통을 비롯한 신용대출과 예·적금 해지액 등이 동시에 증시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4일 현재 630조98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말(640조7257억원)보다 9조7399억원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10월 말 2200대를 기록한 이후 새해까지 연일 랠리를 펼치며 1000 가까이 올랐다”며 “은행 예·적금 금리가 워낙 낮아 이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거의 없고 마통을 쓰더라도 금리 부담이 적다 보니 유동성이 대부분 증시로 옮겨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스크 차단” vs “개인 권리 침해”

금융당국이 고액 마통을 관리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마통 신규·연장 시 조건이 변경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당국이 고소득자 대출 관리 기조를 세운 이후 은행권은 이미 마통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우대 금리를 줄이고, 계약 연장 시 한도를 낮추는 경우도 늘었다. 한도의 50% 이상을 쓰지 못하면 연장 시 한도를 감액하는 곳도 많다.

금융당국은 마통 사용을 조기에 관리해야 ‘빚투’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과도한 차입금에 기반한 투자는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별로 제출한 올해 가계대출 목표와 함께 마통 개설 움직임을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연간 대출 증가율을 평균 5%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당국에 제출했다.

그러나 개인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대출마저 줄줄이 문턱이 높아지는 데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또 지나친 규제가 당장 필요가 없는데도 ‘쓰고 보자’ 식의 마통 사용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 소비자는 “신용등급이 높고, 상환 능력이 있는데도 마음대로 마통조차 쓰지 못하게 하는 건 과도하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