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알프스 융프라우엔 지난달 ‘아이거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최첨단 케이블카가 새로 개통됐다. 융프라우 정상 도달 시간을 기존 케이블카보다 47분 단축한 것은 물론 시속 100㎞ 강풍 속에도 운행이 가능하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26인승 초대형 케이블카 44대를 7개 기둥으로 지탱하는 친환경 공법으로 만들었다. 아이거익스프레스를 두고 “산악 관광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스위스는 융프라우를 포함해 전국에 450개의 관광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이웃 국가인 오스트리아엔 관광 케이블카가 2600개에 이른다.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은 2014년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 방안’ 보고서에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한국보다 국토 면적이 작지만 관광 케이블카는 22~130배 많다”고 지적했다. 해외 국가는 케이블카 설치 등 산림 관광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며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한국은 유독 ‘환경 논리’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단체들은 “한 나라의 자연풍경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은 보존 가치가 높아 케이블카를 설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국립공원인 설악산에 오색케이블카를 짓는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일본 중국 호주 등은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를 많이 설치하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엔 31개 국립공원 중 29곳에 40여 개 케이블카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중국과 호주도 각각 15개, 4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있다. 호주의 레인포레스트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긴 케언스 케이블카를 설치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으로 유명한 중국 장자제에도 7.5㎞ 케이블카가 운영돼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반면 한국은 22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곳이 설악산 내장산 덕유산 등 3개에 불과하다. 1989년 덕유산 케이블카 이후 추가 설치는 한 건도 없다.

김철래 양양군 오색삭도추진단장은 “세계 주요국이 산악 케이블카를 많이 짓는 것은 케이블카가 설치돼도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케이블카가 생기면 도보 탐방이 줄어 등산으로 인한 환경 훼손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