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호 이랜드월드 뉴발란스 마케팅부 부서장  /사진=이랜드월드

박상호 이랜드월드 뉴발란스 마케팅부 부서장 /사진=이랜드월드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월드는 2008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미국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를 들여왔다.

지난해 뉴발란스 매출은 5200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2019년 4700억원 대비 11% 성장했다.

‘1등 공신’은 신발이었다. 뉴발란스 ‘530’ 신발의 경우 지난해 30만 켤레가 팔렸다. ‘992’와 ‘327’도 큰 인기를 끌어 추첨식 판매 방법인 래플(raffle)로 팔아야 했다.

이랜드월드 뉴발란스 마케팅부를 이끌고 있는 박상호 부서장을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박 부서장은 2013년 초 이랜드에 입사해 2016년 5월부터 뉴발란스 마케팅부에서 일해왔다.
Q: ‘530’과 ‘992’의 성공 비결은?
A: ‘530’은 신발 스토리를 고객들에게 잘 전달한 게 주효했다. ‘530’은 옛날 러닝화를 재출시한 ‘복각 상품’이다. 이 스토리가 구매를 자극했다.

영화배우 이동휘 씨와 신발 마니아인 ‘스니커헤드’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도 큰 효과를 발휘했고 스포츠 신발 및 의류 커뮤니티를 공략한 것도 도움이 됐다.

‘992’는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 할 때 신은 신발로 유명하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강남역 매장에서 500여명이 ‘992’를 사려고 줄을 섰다. ‘327’도 인기가 많아서 두 제품은 래플로 판매했다.
Q: 가장 성공한 브랜드 캠페인은?
A: 미국 뉴발란스의 시그니처 컬러는 그레이다. 전세계에서 매년 한 차례 ‘그레이 데이’를 진행한다. 2019년 미국 뉴발란스는 그레이와 가족이란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고민 끝에 ‘아빠 프사 바꿔드리기 프로젝트’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20명의 아버지를 모집했는데 3000명이 지원해 15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명의 아버지들을 바버샵에 모시고 가고 어울리는 옷과 신발을 제공해서 180도 변신시켜 드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꼈다”, “뉴발란스가 고객의 삶을 어떻게 바꿔줄 수 있는지 보여줬다” 등의 고객 반응이 쏟아졌다. 아빠 변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협력업체에 다른 브랜드들에서 협업 제안이 밀려들었다.
Q: 캠페인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나?
A: 우연히 아버지의 카카오톡 프사(프로필 사진)를 봤다. 강, 산, 바다 같은 자연경관 사진뿐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달랐다. 다른 사람이 찍어준 본인 사진을 올려 놓으셨다.

다른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들은 사진찍는게 익숙치 않으셨고, 어머니들은 딸이랑, 친구랑 찍은 다양한 사진을 프사로 사용하셨다.

이거 다 싶었다. ‘아빠 프사 바꿔드리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뉴발란스는 트렌디한 브랜드가 아니라 젊어서부터 나이들어서까지 계속 사용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려 했다.
‘아빠 프사 바꿔드리기 프로젝트’/사진=이랜드월드

‘아빠 프사 바꿔드리기 프로젝트’/사진=이랜드월드

Q: 미국 뉴발란스와의 마케팅 협력은?
A: 미국 뉴발란스측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우리는 한국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서 마케팅을 진행한다. 미국측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준다. 한국 지사 형태인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우리식 마케팅을 하기가 자유롭다.
Q: 상품 마케팅에서 디지털의 비중은?
A: 예전엔 고객들이 SNS에서 상품 정보를 확인한 뒤 매장에 와서 직접 신어보고 구매했다. 요샌 매장 방문없이 구매까지 모바일로 하는 고객이 많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디지털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였다.
Q: 스포츠 마케팅이 중요할텐데
A: 스포츠 마케팅은 별도 팀을 만들어 진행한다. 코로나19 때문에 프로구단과 선수 후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하성, 오승환, 강백호 등 프로야구 선수 20명을 후원한다.

코로나19로 중단돼 있지만 자체 마라톤 대회인 ‘런온’도 스포츠 마케팅에서 중요하다. 러닝크루 NBx와 NBRC를 선발한다. NBx의 경우 전문 코칭 프로그램과 해외 마라톤 대회 출전 기회를 제공한다.
Q: 뉴발란스 마케팅부의 특징은?
A: 젊은 조직이다. 제 나이가 35세이고, 팀원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뉴발란스를 내 친구에게 권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판매자인 동시에 소비자로서 우리 제품을 대하기 때문에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회사에서 야구, 러닝, 축구, 농구 등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어서 팀원 모두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뉴발란스 제품을 사용하고 평가한다. 저는 회사 동료들과 사회인야구를 하는데 2루수를 맡고 있다.
■ Interviewer 한 마디
“브랜드 포지셔닝이 잘 돼 있으면 외부 악조건에도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박상호 부서장은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뉴발란스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배경으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꼽았다.

평소에 고객의 마음속에 브랜드를 명확하게 포지셔닝시켜야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브랜드 포지셔닝엔 3단계가 있다. 가장 낮은 단계는 제품의 속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령 ‘뉴발란스 운동화는 푹신해서 발이 편안하다’고 강조할 수 있다. 이런 제품 속성은 경쟁 브랜드가 쉽게 모방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브랜드를 고객이 바라는 편익과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할 때 안전성을 원하신다면 뉴발란스 운동화를 선택하세요’라는 식이다.

세 번째 단계는 소비자의 신념과 가치에 호소하는 방식이다. ‘아빠 프사 바꿔드리기 프로젝트’에서 아빠의 변신을 통해 가족애와 감동을 자극한 게 이에 해당한다.

마케터는 자신의 고객들이 어떤 신념과 가치를 갖고 있는지 고객의 마음에 항상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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