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북쉘프-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TV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흑인 여성이자 오늘날을 사는 그 누구보다 말로써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덕분에 그는 오늘날 3조원대의 부를 일굴 수 있었다.

10대의 나이에 라디오 DJ로 방송 일을 시작한 그녀는 서른 살이던 1984년 시카고 지역 방송사인 WLS-TV의 아침 토크쇼인 ‘에이엠 시카고’(AM Chicago)의 진행을 맡게 된다.

그리고 오프라 윈프리가 투입된 지 한 달만에 이 프로그램은 시카고 지역 동시간대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 된다. 2년 뒤인 1986년에는 프로그램 이름을 ‘오프라 윈프리 쇼’로 바꿔 미국 전역의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이후 25년간 방영되며 그녀를 토크쇼의 여왕으로 등극시킨 ‘오프라 윈프리 쇼’는 이렇게 시작됐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녀를 유명 토크쇼 진행자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미디어 대기업의 창업자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곧바로 케이블 TV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잡지를 출판하는, 이후에는 온라인 미디어까지 운영하는 하포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케이블 방송사 OWN(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Oprah Winfrey Network)도 소유하고 있다.

인기 방송인으로 남는 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사업체를 창업해 경영함으로써 엄청난 부호가 될 수 있었다. 자신의 명성을 돈으로 바꿔낸 비즈니스 감각과 경영 능력이야말로 그녀를 3조 원(2018년 포브스 기준 26억달러)의 재산을 갖춘 세계적인 부호로 만든 비결이다.

그녀는 토크쇼의 여왕이자 비즈니스의 여왕, 그리고 기부의 여왕이기도 하다. 지금껏 수천억 원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부했다. 부와 명예, 영향력, 세상 사람들의 존경과 애정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오프라 윈프라이지만 그 역시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고민하고 망설이는 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2003년 5월 그녀는 오프라 쇼의 막을 내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그녀의 쇼는 여전히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시청하는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이야말로 그만둬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높이 솟구쳐 정점에 달한 순간이야말로 무대에서 내려오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매티 스테파넥이라는 한 소년에게서 이메일이 온 것이 바로 그때였다. 매티는 그 이전에 오프라 쇼에 게스트로 나왔던 소년이었다. 근육이 점점 힘을 잃어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희귀한 질병을 앓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병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소년이었다.

방송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접 쓴 시를 읽어준 이 소년은 방송 이후 오프라의 친구가 돼 그녀와 자주 메일을 주고받았다. 매티가 오프라 윈프리에게 메일을 보낸 건 그녀가 20주년 기념 방송을 마지막으로 오프라 쇼를 마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방송을 그만두려 하는 오프라 윈프리를 설득했다.

그녀의 쇼에 출연해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음으로써 병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더 큰 용기를 얻었던 이 소년은 아직은 쇼의 막이 내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이미 너무나 많은 측면에서 역사적인 인물이세요. 멋지고 아름다운 일을 많이 하셨어요. 이왕 그렇게 된 김에 역사에 더 큰 발자취를 남겨보는 건 어떠세요? 오프라 쇼에는 대단한 존엄성이 있어요. 그런 쇼로 사반세기 동안 정말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거예요!”

그리고 오프라 쇼는 매티가 이메일을 보낸 이후로도 8년간 더 이어져 2011년에 막을 내린다. 첫 방송이 나간 지 25년 만이었다. 그 사이 모두 4561편의 방송이 전파를 탔고, 145개국의 시청자들의 그녀의 방송을 보며 울고, 웃었다. 그의 쇼를 거쳐간 게스트는 모두 1만 명이 넘는다.

2011년 5월 25일 방송된 마지막 방송에서 오프라 윈프리는 분홍색 원피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역사적인 이날 방송의 게스트는 누구였을까? 무대 중앙에는 단 하나의 의자만 놓여있었다. 25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게스트가 다녀간 오프라 쇼의 마지막 게스트는 오프라 윈프리,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오프라 윈프리의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What I Know for Sure)은 미국 미시시피주의 한 외딴 시골마을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 맡겨져 지내야만 했던 한 소녀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힘으로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 그가 직접 설명하고 있다. 그는 독서야말로 오늘날의 자신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책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한 사람의 노력과 집념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위대한 결과가 궁금한 독자라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