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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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한도 대출) 사용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 대출 규제로 은행마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줄이자 당장 필요하지 않은데도 '쓰고 보자'는 식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대출 조이기' 정책이 오히려 실수요 외의 대출까지 미리 쓰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은행 '마통' 12일새 사용 급증
15일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이들 은행의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 잔액(사용액)은 47조5131억원을 기록했다. 새해 들어 채 2주가 지나기 전에 6353억원이 늘었다. 이는 고소득자 대출 규제 발표로 인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 움직임이 극대화된 지난 11월 잔액(47조5267억원)에 버금가는 수치다.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늘어나는 것은 증시 활황에 따라 '빚투'(빚내서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몰린 탓이 크다. 금리가 워낙 내려간 탓에 마이너스통장의 이자를 지불하더라도 주식에서 수익을 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 규제로 인해 마이너스 통장 사용을 늘리는 추세에 불이 붙었다는 게 은행권 얘기다. 금융당국의 '신용 대출 억제' 기조에 맞추기 위해 은행마다 마이너스통장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을 연장할 경우 기존 한도의 50%를 사용하지 않으면 신규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

우대금리를 축소해 기존보다 금리가 올라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만 해도 연 2%대 후반에 마이너스통장을 쓰고 있었는데 최근 연장을 하려고 보니 금리가 연 5% 가까이로 훌쩍 뛰어 깜짝 놀랐다"며 "다른 은행의 대출로 대환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마이너스통장 조건이 악화되기 전에 '우선 쓰고 보자'는 움직임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자금을 쓸 곳은 없지만, 대출이 날 '구멍'을 지켜놓으려는 움직임이다. 30대 직장인 B씨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8000만원까지 뚫고 3000만원밖에 사용을 안했는데, 연장시에 감액이 될 수 있다고 해서 3000만원을 끌어다 주식 계좌로 옮겼다"며 "전액을 다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집 장만을 하거나 급하게 필요할 때 대출 잔액이 줄어들면 곤란할까봐 미리 사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계약 연장 직전에 다른 은행 계좌로 마이너스통장에서 자금을 빼 '파킹'(주차)하듯 옮겨놓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과도한 대출 규제에 '가수요' 폭발
지난해부터 이어진 과도한 신용대출 규제책이 오히려 실수요자가 아닌 소비자까지 대출을 쓰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에서 실제 사용한 액은 44조7500억원 수준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5.5%(3500억원) 느는데 그쳤다.

그러나 11월 고소득자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 전문직 대출 한도 축소 등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9월부터 11월 사이에만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이 3조4794억원이 늘었다. 직전 1년치 증가액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후 연말 가계대출 목표 관리 때문에 대출 시장이 축소된 탓에 잠시 주춤했지만, 새해 들어 규제가 또 언제 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출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당국의 대출 억제 기조가 이어지는 한 신용대출 조건 악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 실무자들을 모은 자리에서 "고소득자들이 빚을 내 투자하는 등 행위를 철저히 모니터링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당분간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내리거나 한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계속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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