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운전 신청 기한 놓고 법률 해석 '제각각'
탈원전로드맵이냐, 감사원 주문이냐 딜레마
한수원, 2년 뒤 수명 종료 앞둔 고리2호기 '어쩌나'
한국수력원자력이 2023년 수명을 다하는 고리 2호기의 운영 방향을 놓고 딜레마에 처했다.

계속운전 신청 기한을 놓고 법령 해석이 엇갈리는 데다,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과 감사원의 주문을 동시에 충족하려다 보니 스텝이 꼬이고 있다.

◇ 계속운전 신청 기한 놓고 한수원-원안위 '제각각'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신청 기한을 1년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원자력안전법상 고리2호기 설계수명 만료 2년 전인 4월8일까지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감사원의 주문 사항을 반영할 수 있게 기한을 더 달라고 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수원에 "산업부 장관과 협의해 향후 원자력발전소 계속 가동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지침 개발 방향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한 내 감사원 주문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25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4월 8일 이전에 외부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경제성 평가 지침을 개발해 이를 바탕으로 고리2호기의 계속가동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런 이유로 고리2호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나 주민 의견 수렴도 추진하지 않았다.

한수원은 산업부에도 SOS를 쳤다.

이에 산업부는 "한수원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기한을 연장해달라"라며 원안위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상 계속운전 신청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며 법령 해석에 오해가 있었다는 취지로 한수원에 답변했다.

원자력안전법에는 원전을 계속 운전하려면 설계수명 기간 만료일이 되기 2∼5년 전에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을 뿐, 계속운전 신청 기한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한수원에 안전성 평가서는 기한 내에 예정대로 제출하고, 계속운전 신청은 경제성 평가와 관련한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이행한 후 나중에 별도로 하면 된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원안위는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를 심사하게 될 경우 경제성 평가 내용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성 평가는 관련 법상 계속운전 심사 조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안위로부터 답변을 공문 형태로 받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전히 법률 해석에 이견의 여지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수원, 2년 뒤 수명 종료 앞둔 고리2호기 '어쩌나'
◇ 탈원전 로드맵이냐 감사원 주문이냐…한수원 '경제성 평가 지침' 딜레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과거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 신청 사례를 참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리1호기나 월성1호기는 기한 내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내면서 계속운전 신청서를 함께 냈다.

그러나 고리2호기의 상황은 좀 다르다.

정부는 탈원전로드맵에 따라 노후원전 14기의 설계수명이 끝날 때마다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폐쇄하기로 했다.

이 방침을 따르자면 한수원은 원안위에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신청을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감사원 주문대로라면 계속가동 여부를 결정할 때 새로 마련한 평가 지침에 따른 경제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경제성 평가 결과에 따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같은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아직 경제성 평가 지침 개발을 위한 용역에도 착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수원 측은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추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규제기관의 방향이 확정되면 후속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정부 간 엇박자로, 한수원이 딜레마에 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