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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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평균 1만4477t이다. 이 중 65%는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폐기된다. 유통기한이 지나서다.

이처럼 버려질 위기에 처한 음식의 판매를 중개하는 서비스가 있다. 음식 마감할인 중개 플랫폼인 라스트오더다. 이 앱에 입점한 식당들은 그날 팔리지 않은 음식을 최대 70% 싸게 내놓는다. 회원들은 직장이나 집 근처 가게 음식을 결제한 뒤 방문해 가져간다. 식당은 식자재 재고를 줄이고, 소비자는 싼 가격에 음식을 살 수 있어 ‘윈윈’이다.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 1인 가구와 젊은 부부가 주요 소비자다.

"남는 치킨 싸게 팝니다"…라스트오더로 사장님 고민 해결
라스트오더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미로의 오경석 대표(사진)는 방송사 PD 출신이다. 그는 PD 시절 유럽 출장을 갔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현지에는 식당들이 재고 음식을 싸게 판매하는 플랫폼이 있었다. 한국에는 없는 서비스였다. 그는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플랫폼을 눈여겨봤다. 매일 아깝게 버려지는 식자재가 있다는 것을, 그 양이 사회 문제가 될 만큼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018년 4월 오 대표는 과감하게 창업에 나섰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식당을 돌아다니며 남은 음식을 판매하도록 설득했지만 쫓겨나기 일쑤였다. 시범 서비스를 하기 위해 가맹점 20곳을 모으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를 출시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점차 주문이 늘었고, 한 번 주문했던 사람이 또 사는 재구매율도 높았다.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그해 11월 서울 관악구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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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형 유통업체 유치에 성공하면서 사업이 전국 단위로 커졌다. 지난해 2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롯데백화점 본점이, 6월 CU가 입점했다. 롯데백화점은 식당가 음식 등을, 편의점은 삼각김밥 등 폐기 처분을 앞둔 제품을 싸게 판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라스트오더를 통해 약 95만 개 제품을 팔아 폐기비용 24억원을 아꼈다. 지난해 1월 1억원 수준이던 라스트오더 거래금액은 지난달 8억원대로 급증했다.

투자사인 롯데 액셀러레이터의 지원이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됐다. 미로가 창업 이후 투자받은 70억원 중 15억원이 롯데 투자금이다. 오 대표는 “투자금 이외에 경영, 마케팅 부문에서 조언해줬고, 롯데백화점 등 유통 계열사와도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말했다.

라스트오더는 산지 식품과 식자재 유통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소규모로 운영하던 산지 직송관을 지난해 10월 리뉴얼했다. 최근 오뚜기 등 대형 식품업체가 다 팔지 못하고 보관해둔 라면 등 가공식품 재고 판매에도 나섰다. 다음달 초 앱에서 마감할인 가격으로 결제한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라스트오더는 환경부가 지정한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오 대표는 “화장품 물티슈처럼 음식 이외 제품도 유통기한이나 재고 문제로 많은 양이 폐기된다”며 “어떤 분야든 버려질 위기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닿도록 도와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는 서비스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