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에너지 정책

공공기관 건물에 적용하는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제도'
신규 개발 신재생에너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업계의 에너지원 추가 요청에도 에너지공단은 1년 넘게 묵묵부답
발전 효율 45%, 열효율 40%인 신규 에너지원
"기술 개발 완료하고도 업체는 300억 공공건물 시장 진입도 못해"
서울시는 작년 3월 이미 도입해 대조
대전지역 도시가스업체 CN시티에너지에 설치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대전지역 도시가스업체 CN시티에너지에 설치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청와대를 필두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실무 공공기관은 신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엇박자가 나면서 정부의 정책을 믿고 신규 신재생에너지원을 개발한 업체는 실제 시장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1년 넘게 용역발주조차 못한 에너지공단
12일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단은 실무를 맡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제도'에 사용되는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연료전지의 새로운 형태인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포함시켜달라는 관련 업계의 요청을 1년 이상 묵인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SOFC를 개발한 미코, STX중공업, Hn파워 등은 2019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에너지공단에 이를 요청했지만 공단은 1년여 지난 현재까지 연구용역 발주조차 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장려하고 사용을 확대하라고 독려하고 있는 정부를 믿고 새로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했는데 정작 실무를 맡고 있는 공단은 1년 이상 검증을 시작조차 하지도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제도는 정부를 비롯해 공공기관이 짓는 연면적 1000㎡ 이상 건물의 에너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제도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으로 건물의 전체 예상에너지사용량의 3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이 때 에너지사용량을 계산할 때 쓰이는 ‘신재생에너지원별 단위 에너지 생산량 및 원별 보정계수’를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다. 공단은 11월 SOFC 업계 간담회를 열긴 했지만 지난달 10일 발표한 원별 보정계수에 SOFC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신규 에너지원을 추가하려면 충분한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난해엔 연구용역을 예산 문제 등으로 발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규 에너지원 개발해도 규제 턱 못넘어
공공 건축물에서 적지 않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생겨나기 때문에 신규 신재생에너지원을 개발한 업체들은 이 시장을 뚫기 위해 사활을 건다. 연료전지는 SOFC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로 꼽힌다. 미코 등이 개발한 SOFC는 연료전지 가운데 전해질을 세라믹으로 사용해 발전 효율은 45% 이상, 열효율은 40% 이상이다. 대형 빌딩 등에 분산발전용으로 쓰일 수 있는 소형 발전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에너지공단의 늑장 대응에 공공 건축물 시장에 1년이 넘도록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공공건축물의 연료전지시장을 연간 약 3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간 건물의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발빠르게 움직여 한국에너지공단과 대비된다. SOFC 관련 업계는 2019년 말 비슷한 시기에 공단과 서울시에 SOFC를 신규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에서는 관내 연면적 3000㎡ 이상 민간 건물에 신재생에너지를 일정 비율(주거지역 9%, 비주거지역 11%) 이상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구용역을 거쳐 SOFC의 신재생에너지로서 에너지 효율 등을 인정해 지난해 3월 신규 에너지원으로 추가해 고시했다. 인천시와 경상남도도 올 상반기 이내에 SOFC를 추가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거치고 있다.

연료전지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는 수개월 만에 가능한 일을 공공기관은 1년이 넘도록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을 끝내놓고도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