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낙하산' 쏟아지나…올 봄 공공기관장 대거 임기 만료

올해 상반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기관장 임기가 대거 만료된다. 대형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기관장 임기가 지난달 끝난 강원랜드, 2년 8개월째 사장이 공석인 광물자원공사 등 15곳을 누가 이끌게 될 지 초미의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집권 5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을 막고 탈(脫)원전 등 국정과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정치인 '낙하산'을 대거 내려보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한수원 사장 인선 '촉각'
가장 큰 관심은 한전과 한수원 사장 인사다. 한전은 연결기준 자산이 200조원을 넘는 '공룡 공기업'이고, 한수원은 원전 수출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탈(脫)원전과 전기요금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고 있어 인선에 정치적인 고려도 필요하다.

한전은 오는 4월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종갑 사장의 1년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는 통상 3년이지만 1년 더 연임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제 개편안 등 굵직한 이슈를 큰 잡음 없이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을 역임한 박원주 전 특허청장이나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 등도 후임자로 간혹 거론된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더불어민주당 지도가 “월성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정 사장이 다른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정 사장이 탈원전 등 현 정부의 정책을 잘 수행한 점을 감안하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정 사장의 임기는 오는 4월 4일까지다.

남동·동서·중부발전(2월 12일 만료)과 서부·남부발전(3월 7일 만료) 사장은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발전을 제외한 발전사 네 곳의 신임 사장으로는 관례대로 한전 출신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서발전 수장으로는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던 박일준 사장에 이어 또다시 관료 출신이 임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수영 사장의 임기 만료(3월 21일)를 앞둔 석유공사는 ‘구인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유전개발부터 석유 유통·저장 등 석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공기업이지만 부채 비율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9조5293억원에 달해 경영 부담이 크다. 자칫 후임 사장을 잘못 선임했다가는 경영이 더욱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민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양 사장이 1년 더 연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말 '낙하산 공공기관장' 쏟아지나
강원랜드는 문태곤 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이미 끝났는데도 아직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광물공사는 현 남윤환 사장대행 체제가 들어선 지 2년 반이 넘었다. 지난해 8월 이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임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에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재공모에 지원한 황규연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전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공공기관 사장 인선에 속도가 나지 않는 건 그만큼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데려오기 어려워서다. 새로 공기업 사장에 취임해도 공모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임기는 1년 남짓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관가에서 공공기관장이 돼도 얻는 건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들 중 상당수는 현 정부 들어 재무상황이 악화됐다.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태양광·풍력 확대와 석탄발전 감축 등 비용을 부담하면서 부채 비율이 수직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여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공공기관장이 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공모가 사실상 이번 정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 "조만간 낙하산 공공기관장들이 대거 내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데다 에너지차관 신설 등 산업부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어 인사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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