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시관서 디지털 마케팅…'버추얼 마이스' 시대 막올랐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이 ‘V(버추얼) 마이스’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CES는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화상회의 등의 기술이 집약된 디지털 플랫폼 ‘버추얼 베뉴’에서 열린다. CES가 ‘오프라인’과 ‘대면’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ES 주최기관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작년 7월 CES 2021의 100% 디지털 전환을 결정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를 기술 파트너로 선정했다. CES 버추얼 베뉴엔 클라우드 솔루션 ‘애저’와 화상회의 서비스 ‘팀즈’, 빅데이터 분석도구 ‘파워플랫폼’ 등 MS의 기술력이 총동원됐다.

여기에 MS가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가 더해졌다. 2019년 6200명이 참여한 MS 빌드콘퍼런스는 가상행사로 전환한 지난해 19만7000명으로 참가자가 급증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V마이스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 CES 참가업체 관계자는 “비용은 오프라인으로 열린 지난해의 절반 이하지만 관람객은 오히려 더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1일 연 언론발표회의 유튜브 조회 수만 2677만 뷰였다.

올해 CES는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격전장으로 변했다. 화려한 디자인의 대형 전시부스는 VR 기술을 통해 가상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첨단제품과 신기술을 소개하는 홍보영상이 필수품이 되고 가상인간을 활용한 가이드투어도 등장했다.

VR·3D로 360도 가상전시장
레스토랑·영화관도 생생 재현

인텔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의 기술을 ‘가상도시’ 콘셉트로 풀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은 브랜드 홍보대사가 쇼룸에 전시된 12대 차량을 안내하는 대화형 가상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이트 방문객이 차량을 360도 각도로 돌려보는 셀프 가이드 투어도 가능하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한 가상전시관을 운영한다. 스웨덴 인기가수 자라 라슨 공연 영상을 활용해 소니의 360도 몰입형 사운드 기술을 알리는 식이다. 파나소닉도 콜드 워 키즈의 라스베이거스 공연 영상을 가상전시관에서 공개했다.

국내에선 업체들의 가상 전시관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피트니스와 레스토랑, 영화관 등 투명 디스플레이 적용 사례를 11개 테마로 재현했다. 바디프랜드(사진)는 ‘오큘러스 퀘스트’, ‘고’ 등의 VR 기기를 이용해 몰입감을 높인 가상투어 프로그램을 내놨다. 3D 콘텐츠 개발회사인 올림플래닛의 권재현 대표는 “CES 2021을 계기로 가상전시관이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행사의 기술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제품과 기술을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착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다. 시연이 필수인 웨어러블 기기 제조 업체들이 CES에 대거 불참한 배경이다. TV 제조사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사용자 대부분이 LCD 모니터로 CES를 본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나 마이크로 LED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TV의 화질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선우/황정수/이수빈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