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법'까지…유통 대기업 잡는 '정치 규제' 무한 확장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용산 민자역사에 있는 HDC아이파크몰에 2015년 면세점이 문을 열었을 때의 일이다. 주변 맛집들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만 해도 HDC신라면세점 방문객은 하루 평균 5000여 명에 달했다.

2012년 옥외 7개, 실내 1개 구장 규모로 풋살장이 아이파크몰에 들어선 이후엔 용산은 풋살인들의 ‘성지(聖地)’가 됐다. 연 10만에 달하는 ‘달빛에 운동하는 직장인’들의 놀이터로 알려지면서 그로 인한 낙수 효과는 계산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한 때 서울 도심의 슬럼가였던 용산역 주변은 2005년 아이파크몰이 들어선 이래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이뤘다. 아이파크몰을 찾는 연 방문객 수가 2017년 2700만명에서 2019년 3500만명까지 급증하자, 용산역 인근의 유동 인구(서울열린데이터광장 자료)도 2018년 하루 평균 11만명에서 작년 1월엔 20만명 규모로 두 배 가량 늘었다.

여당이 공언한대로,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홍익표(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복합쇼핑몰 규제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HDC아이파크몰은 월2회 주말에 문을 닫아야 한다. 복합쇼핑몰이 주변 상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이익을 빼았고, 주변 상권을 침체시키고 있다는 논리에서다. 용산역 변신의 주역이 졸지에 용산역 상권 침체의 주범으로 뒤집히는 셈이다.

규제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대체로 두 개의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규제로 인한 혜택의 보편성을 꼽을 수 있다. 독과점에 대한 정부 간섭이 대표적이다. 특정 기업이 상품 공급을 독점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정부는 시민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물건을 살 권리를 보장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효과도 규제의 목표다. 유효 기한이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만 해도 1997년 처음 제정됐을 때엔 전통 시장을 보호한다는 나름의 명분을 갖고 있었다. 월마트, 테스코 등 글로벌 유통업체가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외환위기까지 겪고 있던 소상공인들은 초토화 위기에 놓였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최근 여당이 쏟아내고 있는 유통 대기업과 관련한 각종 법안들은 규제의 정당성을 추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 복합쇼핑몰 규제만 해도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며, 누가 원했는가 불분명하다.

여당과 정부가 내세우는 복합쇼핑몰 규제의 근거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실시한 설문 조사가 전부다. 하남 스타필드 등 주요 복합쇼핑몰 주변에 있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설문 문항이 무엇이었는지, 주로 어떤 이들이 응답했는 지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유통업체들이 아름아름 파악한 바로는 문항은 2~3개에 불과했고, 물음도 ‘복합쇼핑몰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이 있는가’ 등의 ‘아마추어적’인 수준이었다고 한다.

한국유통학회가 상권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지난해 7월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유통학회는 복합쇼핑몰 방문객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이들의 카드 사용 행태를 수개월 동안 분석했다. 그 결과로 분석 보고서는 스타필드가 들어서면서 하남시 상권 매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의 2배에 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하는 유통 규제 법안들은 점입가경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에 발의된 지역상권상생법이 대표적이다. 지역활성화구역 내 대규모, 준대규모의 직영가맹점과 휴게음식점업 영업시간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안으로, 일명 ‘스타벅스법’이라고도 불린다. 상권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인들이 스타벅스 입점을 앞다퉈 요청하고 있는 현실과는 맞지 않아 당내에서조차 마뜩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기업영업활동공정화법도 등장했다. 지자체장이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 한해 대기업의 영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브레이크 없는 유통 규제에 대해 선거에 앞서 표를 얻기 위한 매표(買票) 행위라고 지적한다. 규제의 실효성이나 정당성과 관계없이 ‘대기업 때리기’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치인들을 만나 규제의 부당함을 얘기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며 “신기한 점은 만날 때마다 그 분들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일이 어디 유통업 뿐일까.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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