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단지공단이 기업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는 데 올해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업 공동 연구개발(R&D)사업과 컨소시엄형 기술개발 지원에 나선다.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조성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10일 신년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경영 방침을 밝히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산단공은 2021년 핵심 가치로 ‘극복’, ‘도약’, ‘신뢰’를 선정하고, 기업들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먼저 기업의 기술경쟁력이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데 핵심 요소라고 보고,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닌 업종별, 산업의 가치사슬별 단위의 공동 R&D지원사업을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김 이사장은 “산업생태계 고도화와 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지원해 고부가가치 산업클러스터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업이 직면한 애로사항을 앞장서서 해결하고,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개선에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단공은 미래형 혁신 산업단지로 도약하기위해 스마트그린산단 조성 작업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 특히 기업들이 디지털화를 통해 제조혁신 성과를 내도록 산업단지에 혁신데이터센터와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 등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산업단지에 스마트에너지플랫폼을 구축해 기업의 에너지 관리 효율화 및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시설과 폐자원 재활용 설비도 확대해 저탄소 친환경 산업단지로 탈바꿈시켜나갈 계획이다. 스마트제조인력양성 프로그램과 산학협력도 강화된다. 산단공은 이 같은 전략을 수행하기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인 스마트그린산단 프로젝트를 이끌 산단진흥실을 신설했다. 산단진흥실에는 산단대개조 정책을 지원할 산단진흥기획팀, 스마트그린산단 사업을 총괄할 스마트그린산단팀, 산단 기업자원의 공유, 활용을 위한 스마트플랫폼팀 등 3개 팀이 구성됐다. 반월시화, 창원, 남동, 구미산업단지에 이어 작년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추가 선정된 대구, 여수산업단지내 지사를 지역본부로 독립·격상시키고, 본부 산하에 산단혁신기획팀, 스마트산단팀, 그린산단팀을 신설했다. 인천, 대구, 경북, 광주, 전남지역본부에 산단대개조지원센터를 신설하는 등 현장 중심의 추진체계를 마련했다. 올해 신규로 증원된 인력 12명을 지역본부에 배치하고, 인사이동을 통해 총 33명의 본사 인력을 지역으로 전환해 현장 인력 비율을 60%로 높였다. 또 안전한 산단 환경 조성을 위한 보유시설물안전센터와 지역별 산단안전센터, 기업 규제 개선 지원을 위한 기업성장응답센터, 유턴기업 복귀 활성화를 위한 복귀기업지원센터를 신설했다.김정환 이사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산업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국민께 극복과 도약의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환위리(以患爲利)의 자세로 우직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우리나라의 기계산업의 수출 규모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5위에서 이탈해 8위로 미끌어졌다.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오면서 10년 만에 기계산업의 수출경쟁력도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기계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을 지킨 품목은 조선을 비롯해 금형, 보일러, 광학기기 등 분야인 것으로 조사됐다.기계산업 세계 1,2위는 독일과 중국 … 韓 수출 규모의 3배 넘어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최근 공개한 ‘2018년 UN통계로 본 주요국의 기계산업’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기계산업의 수출은 235조원(2170억달러)으로 세계 8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57조원(2370억달러)으로 세계 5위를 기록한 1년전(2017년)에 비해 3계단 하락한 것이다. 2010년이후 줄곧 유지해오던 5위에서 8년 만에 크게 이탈한 것이다. 세계 1위는 859조원(7910억달러)을 기록한 독일이 차지했고, 그 뒤를 810조원(7460억달러)을 기록한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모두 한국 수출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이어 미국(5000억달러), 일본(4170억달러)이 뒤를 이었고, 전년도 한국보다 뒤쳐졌던 멕시코(2310억달러), 프랑스(2300억달러), 이탈리아(2230억달러) 등이 처음으로 한국을 추월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 기업들이 대거 멕시코로 생산기지를 이전했고, 프랑스 등은 친기업 정책을 펼친 영향이 컸다”며 “최근 코로나 사태를 반영하면 한국의 순위가 다시 오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독일, 일본, 중국, 미국 등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 자료는 지난해 10월 확정된 유엔의 143개국 무역통계(2018년 기준)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조선산업을 포함해 일반기계, 금속·전기·정밀·수송기계 등 전 기계산업 영역에서 국가별 수출입 확정치가 담긴 최신 통계인 셈이다.한국은 기계산업 수출에서 조선, 광학기기, 금형, 보일러 등 분야에서 세계 2위의 점유율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수출국가는 모두 중국이었다. 금형품목의 경쟁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협력사로 자동차, 가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금형 제조 기술을 보유한 에이테크솔루션과 나라엠앤디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학기기 품목은 휴대폰, CCTV뿐만 아니라 산업용, 검사용, 측정용 등으로 쓰이는 렌즈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보일러의 경우 가정용 보일러 뿐만 아니라 산업용 보일러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돋보였다는 평가다.세계 5위권내 진입한 우리나라 기계산업 품목은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굴삭기 등 건설기계(5위)를 비롯해 섬유기계(5위), 금속구조물(4위), 광학제품(5위) 등도 있었다. 이밖에 자동차, 로봇 등의 모든 회전체 기계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비롯해, 차단기 등 전기회로 관련 장치, 자동차 및 트렉터 부품 등은 모두 세계 6위를 차지했다.무섭게 추격해온 中 … 비교우위 품목 대부분 한국과 겹쳐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계산업에서 수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중국에서 급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기계산업 수출 국가의 지난 10년간 품목별 수출경쟁력지수(RCA)를 비교해보면 이러한 사실이 드러난다. RCA지수란 특정 제품 수출액이 세계 수출총액에서 차지하는 점유율과 해당국의 그 제품이 해당국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비교해 수출경쟁력을 계산한 수치다. 보통 1보다 크면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한다.RCA지수가 1을 넘는 기계 품목 수는 2018년의 경우 독일이 19개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독일은 일반 기계 전체 품목에서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 19개 품목에서 1~3수준의 RCA지수를 보여 막강한 수출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어 일본은 14개, 중국은 12개, 한국은 9개, 미국은 8개 품목에서 각각 1을 넘었다. 10년전(2008년)에 비해 한국은 품목수가 6개에서 9개로 3개 늘어났고, 중국은 7개에서 12개로 5개 증가했다. 중국이 무서운 점은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기계 품목과 대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건설기계, 섬유기계, 냉동공조기계, 기체펌프 및 압축기, 베어링, 금형, 사무용 기계 등은 모두 한국과 중국기업들이 모두 비교우위에 있는 품목들이다.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년전만 하더라도 기계산업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중국이 가격 뿐만 아니라 기술면에서도 점차 한국을 추월하고 있어 예의주시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제조업에 직격탄을 안긴 주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비롯해 곧 다가올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각종 인증 규제들로 인해 기계산업 발전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기계산업은 제조업에서 가장 많은 기업수(9700여개)와 고용 인력(43만명)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정부의 지원 효과가 가장 큰 분야”라며 "정부가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등 차세대산업만을 육성할 것이 아니라 기계산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 업무 첫날인 4일 반도체 협력사 대표들과 함께 경기 평택에 있는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의 핵심인 파운드리 사업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 경영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평택2공장에서 열린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했다. 평택2공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최신 공장이다. 2018년 착공했고 총 투자비는 30조원 규모다. 현재 공장 상층부에선 최첨단 D램을 생산 중이다. 하층부엔 7세대 V낸드 생산라인과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활용한 파운드리 라인을 조성 중이다.주목할 만한 점은 장비 반입식에 함께 참가한 사람들의 면면이다. 이용한 원익IPS 회장과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 박경수 피에스케이 부회장,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 등 반도체 협력사 대표 5명이 이 부회장과 함께했다. 이 업체들은 평택2공장에서 필요한 장비와 소재,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업계에서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장비 반입식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업화, 전문화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협력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얘기다. 현재 삼성전자는 협력사와 장비·소재 등을 공동 개발하고 우수 협력사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이날 공장에 처음 반입된 설비는 원익IPS가 삼성전자의 기술 지원을 받아 처음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CVD(화학기상증착)’ 장비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보호막을 만드는 공정에서 활용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협력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했다.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엔 김기남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 대표(부회장)와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등 반도체사업 핵심 경영진이 함께했다. 이 부회장은 설비 반입식 이후 평택2공장 구축·운영 현황, 반도체 투자·채용 현황, 협력사와의 공동 추진 과제 등을 보고받았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