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구매 정당화할 '이유' 제시해야
'이유'가 실제 기업의 가치와 연결돼야
무늬만 사회적 마케팅은 어필할 수 없어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천성용 단국대 교수

천성용 단국대 교수

다양한 브랜드는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를 선물했지만, 마치 꿈 속의 이상적인 연인처럼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제품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제품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적당히 줄인 대안들 속에서도 선택은 늘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나에게 중요한 제품일수록, 그리고 서로 상충하는 대안별 속성을 함께 비교해야 할수록 선택은 더 어려워진다.

평소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매우 간편한 방법이 있다. 모든 대안의 속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나 스스로에게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 선택을 ‘정당화하기 가장 쉬운’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이유에 근거한 선택(reason-based choice)’이라고 한다. 이유에 근거한 선택을 기업 입장에서 거꾸로 생각해보면, 마케터는 항상 소비자들에게 그들의 구매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환경, 사회적 웰빙,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활동 등을 자사 제품의 구매 이유로 제시하는 브랜드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 중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가 있다.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열렬한 암벽 등반 애호가로 처음에는 암벽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를 운영하였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등반 장비가 환경을 파괴할 수 있음을 깨닫고, 이를 대체하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평소부터 환경을 지키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1973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런칭하게 된다. 파타고니아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다음과 같은 기업의 미션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지구를 구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환경운동단체 홈페이지 같은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환경운동단체 홈페이지 같은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이 미션에는 구체적으로 파타고니아가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 전혀 설명되어 있지 않다. 오직 기업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파타고니아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마치 환경운동단체 홈페이지에 접속한 느낌을 받는다. 파타고니아는 이를 단지 미션으로만 끝내지 않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일관성 있게 추진한다.

그 중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 실행한 “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이 가장 유명하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한 파타고니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한 파타고니아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모든 미국인들이 기다리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자사의 제품을 사지 말라고 말하는 메시지는 더욱 특별했다.

광고 속에서 그들은 자사의 제품을 새로 사지 말고, 이전에 산 파타고니아 옷을 수선하고 재활용해서 더 오래 입으라고 이야기한다.

소비자들은 이 광고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유기농 소재로 만드는 파타고니아의 제품 특징과 친환경적 생산 방식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파타고니아가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기업인지 다시 한번 각인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품을 사기 전에 재사용을 권하고, 사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라는 파타고니아의 모습은 오히려 고객의 구매를 더욱 유도하였다. 실제로 2011년 ‘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 이후 2012년도 파타고니아의 매출액은 약 30% 늘어난 약 5억달러에 달했으며, 2018년 기준 매출액은 약 10억달러 규모로 더욱 성장하였다.

물론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모든 기업에게 항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이유’가 실제 기업의 본연적인 가치와 잘 연결될 때만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파타고니아의 경우, 브랜드 스토리, 창업자의 이력, 유기농 제품, 실제 제품 생산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효과가 있었다.

반대로 사회적 문제를 소비자의 구매 이유로 섣불리 제시했다가 오히려 맹비난을 받은 사례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 성공 사례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맥주 회사 브루독(Brewdog)은 2018년 남녀의 임금격차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Pink IPA라는 맥주를 여성에게만 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였다.

누구든지 바텐더에게 여성임을 제시하면 할인된 가격에 Pink IPA를 주문할 수 있었다. 제품의 이름처럼 맥주병의 포장도 여성을 상징하는 분홍색이었다.
브루독이 출시한 Pink IPA

브루독이 출시한 Pink IPA

하지만 결과는 브루독의 예상과 달랐다. 소비자들은 브루독이 우리 사회의 성평등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였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27세의 ‘남성’ 토마스 바우어 박사는 바텐더에게 Pink IPA를 주문했다가 거절당한 후 브루독을 법적 고소하였다. 2019년 법원은 토마스 바우어의 손을 들어줬고 브루독이 1,000파운드를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토마스 바우어가 1,000파운드를 정확히 반반씩 여성단체와 남성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걸 보면, 아마도 그는 처음부터 브루독의 가벼운 마케팅을 비난하고자 의도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따지고 보면, 평소 브루독 맥주 브랜드와 성 평등의 문제는 애초부터 큰 연관성이 없었다. 맥주계의 이단아 브루독의 인기와 화제성은 여전하지만, 잠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늬만 화려한 사회적 마케팅은 결코 까다로운 소비자에게 어필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회적 이슈를 제품 구매 이유에 연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 평가한다. 실제 기업의 가치와 진정성, 지속성이 결합될 때만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행복을 위해 소비자들 역시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역시 무료 자원봉사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 없이 선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이를 시장에서 ‘냉정한 선택’으로 보여줄 때만 기업이 행동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스웨덴 의류 업체인 H&M이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가죽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8년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역대 최대 수치의 산불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이 산불의 주요 원인이 기후 변화가 아니라, 브라질 농장주들이 가축 목초지 개발을 위해 숲에 일부러 불지르는 행위의 결과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많은 소비자들과 환경 단체들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비판하였고, H&M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이에 발맞춰 아마존에서 생산되는 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행복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 기업의 마케팅 부서 역시 더 적극적으로 환경, 사회적 웰빙, ESG 활동 관련 지수 등을 마케터의 성과 평가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제품 품질 못지 않게 사회의 행복이 구매 이유가 되는 사회, 소비자들이 자신이 선택한 제품의 ‘정당성’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찾을 때 우리 사회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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