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두나무 대표 인터뷰
"한번에 목돈 넣지 말고 소액·적립식으로 장기투자"
"똑똑한 개인, 탄탄한 기관… 시장 3년前보다 성숙"

정부 '가상화폐 규제'는 옳았나
"블록체인 스타트업 줄폐업… 생태계가 죽어버렸다"
이석우 두나무 CEO. 사진=두나무 제공

이석우 두나무 CEO. 사진=두나무 제공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질주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국내 가격은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했다. 2000만원(지난해 11월 18일)에서 3000만원(12월 27일)이 되기까지 39일이 걸렸는데, 불과 11일 만에 4000만원대로 올라섰다.

"이번에는 다르다"와 "이번에도 거품이다"로 요약되는 가상화폐 논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비트코인은 정말 금(金)에 필적하는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가즈아'를 외치다 '떡락'으로 막을 내린 3년 전 코인 광풍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이끌고 있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사진)의 생각을 들어봤다. 한국경제신문이 이 대표를 인터뷰한 것은 7일 오전, 때마침 비트코인이 4000만원의 벽을 깨부순 직후였다.
▶4000만원이라니, 이런 상승세를 예견했나.
"가격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나. 다만 지난 3년 동안 추이를 보면 시장에 기관의 참여가 늘면서 비트코인은 조금씩 안정적인 자산으로 자리잡아갔다. 골드만삭스나 피델리티 같은 전통적인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비트코인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요즘 업계 분위기는.
"이쪽 업계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있다. 3년의 혹한기를 거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리 같은 거래소는 그나마 버티기 수월했다. 안타까운 것은 작은 업체들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도전하던 스타트업들이 도산하거나 전혀 다른 사업으로 전환한 사례가 너무 많다. 생태계가 죽어서 새 프로젝트도 거의 안 나온다."
▶업비트 거래도 활기를 되찾았나.
"거래량이 최근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신규 회원도 많이 유입되고 있다." (※업비트는 2018년 1월 '암호화폐 실명거래제' 시행 이후 은행을 통한 실명계좌 발급이 막혔다. 지난해 6월 케이뱅크와 제휴해 2년 반 만에 신규 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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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거품"이란 비관론과 "3년 전과 지금은 다르다"는 옹호론이 팽팽하다.
"2017년 말~2018년 초 급등장에 '묻지마식 투자'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태였다. 거품이 한 번 크게 꺼지고 3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다고 본다. 디지털 자산(가상화폐)의 본질을 이해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 또 해외 기관들의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랠리의 이유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시장이 많이 성숙해졌다."
▶비트코인에 지금 진입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한꺼번에 목돈을 갖고 들어가지 말고 매일, 매주, 또는 매달 소액으로 쪼개서 장기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분명 매력적인 자산가치가 있다."
▶어떤 원칙으로 접근해야 하나.
"원론적인 얘기지만 투자하려는 상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자산은 더욱 그래야 한다. 주식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소비자 보호장치가 있고 가격제한폭도 있다. 디지털 자산은 그런 것이 없어 가격 등락이 심하고 투자자가 져야 하는 리스크(위험)도 크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분산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장기 투자하면 과연 성공할까.
"상품에 대한 신중한 이해가 전제된다면, 투자 리스크를 충분히 감수할 만한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투자상품 조합)를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디지털 자산을 일부 담을 필요가 있다. 디지털 자산은 전통 금융자산과 거꾸로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에 활용하는 등 여러 새로운 면을 바라봐주면 좋겠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1월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에서 블록체인 업계 현안을 설명하는 모습.  두나무 제공

이석우 두나무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1월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에서 블록체인 업계 현안을 설명하는 모습. 두나무 제공

▶오는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업계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사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자격미달 거래소들이 퇴출되는 것도 이용자에게 좋은 일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최소한 고객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갖춘 곳이 영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가상화폐거래소는 지금까지 제도권 밖에서 운영됐다. 특금법 시행 이후에는 법이 정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해 금융당국에 신고하고 영업해야 한다. 영세 거래소는 대거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금법상 요건을 갖추기 위한 준비는.
"제일 중요한 것이 '보안'과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두 가지다. 나름대로 정부가 원하는 수준을 맞췄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점검 단계다."
▶2018년 1월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근절 대책'을 발표했고 3년이 흘렀다. 이 정책은 옳은 결정이었나.
"정부로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투자자 보호가 안되는 업체가 워낙 난립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다른 나라들은 이 기술을 전향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금융정책과 산업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뛰어들었다. 미국 통화감독청은 올초 금융회사들이 스테이블 코인(기존 화폐가치와 연동한 가상화폐)을 결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금융 질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국 화폐를 디지털화하는 관(官) 주도 실험이다. 굉장히 치열한 '국제금융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뭔가 정부 차원의 전략을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고, 가상화폐 투기는 억제한다"고 했다.
"개별 기업이나 서비스 차원에서 코인을 활용해 페이스북처럼 치고나갈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되지만 코인은 안 된다'는 정책을 유지하는 게 서비스 경쟁력 차원에서 맞는지, 안타까움이 있다."
▶"가상화폐 관련 업종이라는 이유로 해외법인 송금도 못한다"고 토로한 적이 있는데.
"업비트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진출했고 최근 태국에서도 허가를 받았다. 동남아시아 사업을 본격적으로 넓히고 싶은데 해외법인 송금이 계속 막혀있다. 현지에서 법인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법인장이 개인 대출로 꾸역꾸역 해결하고 근근이 운영하는 수준이다. 3월 특금법이 시행돼 합법적으로 영업하게 되면 이런 제약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좋은 타이밍을 또 한 번 놓치고 싶지 않다."

이 대표는 인터넷업계와 언론계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이력을 쌓은 인물이다.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국IBM 고문변호사, 네이버 미국법인 대표, 카카오 대표, 중앙일보 디지털총괄 등을 지냈다. 2017년 12월 두나무 대표로 영입됐다.

두나무는 업비트와 함께 주식정보 앱 '증권플러스', 비상장주식 거래 서비스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을 운영하는 핀테크기업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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