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월11일자, 다섯 번째 딜 리뷰입니다.

지난 딜리뷰(12월 28일) 이후에 연말 연초에도 M&A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말에는 해를 넘기기 전에 진행된 딜들이 몇 가지 있었고요. 12월 초에는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12월 말에는 LG가 마그나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하더니 해가 바뀌니까 또 막 큰딜이 쏟아집니다. M&A 팀장은 할 일이 많네요(일이 많아서 좋습니다). 자세히 보기를 클릭하시면, 올해 예상 M&A 매물정보를 정리한 더 큰 현황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M&A는 대단히 핫할 것 같습니다. '사상 최대' M&A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1)기업 곳간에 쟁여놓은 현금이 엄청 많고요 2)다들 사업구조 재편을 하고 싶어합니다. M&A 하나를 하려면 여전히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결코 작은 플레이어들이 아니다 보니 손 크기도 달라졌습니다. 1조원 정도의 딜은 가뿐히 치러내고 있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마음 속에서 '할 수 있는' 영역도 훨씬 커진 것 같습니다. 자본시장이 커져서, PEF와 손잡고 하면 기업들도 훨씬 쉽게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돈값은 또 얼마나 쌉니까. 금리가 너무 낮아 인수금융이 돈이 안 된다는 얘기까지 듣다 보면, 참으로 M&A하기 좋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올해 예상되는 M&A 매물들의 목록을 한번 추려보았습니다. 이미 오픈된 것들이고 실제로 이 중에서 거래가 성사되는 건 절반 정도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픈되지 않은(저희가 알고도 쓰지 않은 것이나 알지 못해서 쓰지 못하는 것을 포함한) M&A 매물들, 그리고 국내 매물만 추린 이 표에 나오지 않은 크로스보더 M&A의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이 표의 3~4배 정도의 M&A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경 CFO Insight] 2021년 첫 딜리뷰
그리고 지난 2주간의 M&A 소식 정리해 드립니다.

1. 연말에는 12월29일에 부산지역 동일철강이 부산 영도조선소로 유명한 대선조선을 인수한 게 눈에 띕니다. 수출입은행이 갖고 있던 회사인데요. 이로써 작년 한해동안 총 4개의 중소조선사가 주인이 바뀌었습니다(완료까지 약간의 절차가 더 남은 곳도 있지만요). 상반기에 성동조선이 큐리어스PE-HSG중공업 컨소시엄에 넘어갔고, 연말에는 산업은행 등이 갖고 있던 한진중공업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NH PE-오퍼스PE 컨소시엄이 뽑혔습니다. STX조선(유암코 컨소시엄)에 이어 대선조선까지, 중견조선사 중 대우조선해양 계열사(대한조선, 신한중공업)를 제외한 거의 모두가 새 주인을 잘 찾았습니다.

연초만 해도 사실 잘 될까 걱정하면서 중소조선사 구조조정 관련 기획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요새 누가 조선업을 하려고 하겠나' 하면서요. 의외로 어떻게든 잘 정리가 되는 것을 보면서 시장의 힘이 과연 있구나 싶었습니다. 채권단이 돈 주면 살고, 안 주면 죽는다는 식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우리 자본시장이 성숙해지고 다양해진 거겠지요.

2. 12월30~31일 이틀에 걸쳐 산업은행이 국내 사모펀드 JC파트너스에 KDB생명을 넘기기로 하는 계약서(SPA)에 싸인을 했습니다. 이거 오래 끌었죠. 금호생명의 후신 KDB생명, 10년 보유기한을 작년 3월에 넘긴.. 딜 종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실제로 산은의 보유기간은 11년 이상일 것 같네요. 3번 팔려다 실패하고 네 번째에 끝을 봅니다.

이외에 베이사이드PE가 코스닥 상장사 지트리비앤티를 구주+신주 섞어서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 연초에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부 M&A팀의 '주포' 김채연 기자가 쓴 단독 기사입니다. 지난 연말에 이베이 측에서 몇몇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작업을 벌였고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낙점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측에서 "아는 바 없다"고 했다고 해서 사실무근이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만,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매각 얘기가 있었으나 당시엔 주관사 선정작업이 없었고요, 이번엔 분명히 12월 중에 있었거든요. 매각 현실화 여부에 큰 차이가 있죠.
[한경 CFO Insight] 2021년 첫 딜리뷰
4. SK㈜와 SK E&S가 미국 수소업체 플러그파워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1997년 설립된 나스닥 상장사입니다. 차량용 수소연료전지 등을 만드는 기술이 있고 아마존 등에 수소 지게차도 공급한답니다. 그런데 이걸 왜 했을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이 점에 대해서 수소 생태계에서는 금방 '아하!' 하지는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SK가 좋은 답을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5. LG전자는 인공지능 기술로 TV 광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미국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했습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불과 2주 전에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고, 이번엔 알폰소 인수를 내놨습니다. 뭔가 LG가 상당히 잰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경 CFO Insight] 2021년 첫 딜리뷰
6. 핫한 비트코인 거래소 빗썸의 투자자로 넥슨이 나설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정주 회장이 빗썸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얽힌 이해관계자들이 상당히 많은 듯 하네요. "넥슨이 검토한 것은 맞지만 좀 지켜봐야 한다"는 멘트가 많았습니다. 잘되면 빗썸으로서는 큰 도약의 기회가 되겠네요.

7. 작년 초 일본이 반도체 관련 소재 등의 수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압박했던 것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때 포토레지스트(PR) 생산 글로벌 1위 회사로 한국 수출이 중단돼 타격을 받았던 JSR이라는 화학회사가 있는데, 원래 이 회사의 뿌리인 고무 사업(엘라스토머 사업부)을 한국에 팔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고무사업부는 작년에 수출규제 대상이 됐던 첨단소재와는 거리가 멀지만, 시너지가 나는 부분이 있다면 딜이 성사될 수도 있겠죠.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8.이외에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H&Q가 갖고 있는 국내 최대 채용정보 플랫폼 잡코리아 인수 예비입찰 후 숏리스트가 선정됐습니다. MBK파트너스가 7년 전 인수를 시도했다 실패했는데 이번에도 들어왔다는 게 새로운 소식입니다. 실사를 거쳐 본입찰을 내달께 실시할 듯 합니다.
-KTB PE가 속옷 제조회사 BYC대주주 일가의 개인 회사로 메리야스 상자 같은 것을 만드는 승명실업을 인수했습니다. 약 200억~300억원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KCC는 실리콘 자회사를 미국 자회사인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스에 넘겼습니다. 이건 사업구조 재편보다는 지배구조 재편의 성격이 있습니다.
-파리크라상은 SPC캐피탈을 사모펀드 지에프투자파트너스에 280억원에 팔았습니다. 출점규제로 신규 가맹점이 줄어서 금융서비스 제공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파리바게뜨의 확장세 둔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군요.
-AJ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는 AJ셀카 지분 77.99%를 신동해홀딩스에 166억원에 팔았습니다. 작년엔 500억 1000억도 거론됐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만큼 올해 관련 시장이 변화가 있을 듯 합니다.

이상입니다. 궁금한 점, 위 표에 추가하고 싶거나 변경하고 싶은 게 있으신 분들은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에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2주 후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