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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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금이 지난달 국내 자본시장에서 23억6000만달러가량 빠져나갔다. 코로나19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3월 이후 유출폭이 가장 컸다. 상승 곡선을 그리는 증시에서 주로 돈을 뺐다. 코스피 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가며 3000선을 돌파한 만큼 한국을 등지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앞으로도 지속할지 주목된다.

차익실현 나선 외국인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1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은 23억6000만달러 순유출했다. 이 같은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 3월(73억7000만달러) 후 가장 컸다. 시장별로 보면 외국인은 주식과 채권을 각각 21억9000만달러, 1억7000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주식시장에서 순매도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석달만이다. 주식의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5월(32억7000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 순매도가 늘어난 것은 차익실현에 나선 결과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달 6일까지 코스피지수는 14.5% 뛰었다. 같은 기간 주요국 증시 가운데 터키 ISE100(17.3%)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브라질 보베스파(9.4%) 영국 FTSE100(9.2%), 인도 센섹스·멕시코 볼사(9.1%), 남아공 ALCH(8.3%), 인도네시아 IDX(8.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퍼졌고, 신흥국 증시도 그만큼 오름세를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의 순매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1~7일 코스피 시장에서 41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선물도 2만492계약을 팔아치웠다.

외국인, '국채 차익거래' 유인 커졌지만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넉달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순매도 금액은 지난해 11월 4억5000만달러, 12월 1억7000만달러로 줄고 있다.

스와프레이트(원화조달금리)의 마이너스 폭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국채 '차익거래' 유인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스와프레이트가 마이너스면 달러가 귀하다는 의미로 외국인이 달러로 원화를 바꾸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플러스면 달러로 원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외려 이자를 내야 한다.

지난해 11월 스와프레이트 평균은 연 0.15%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2월 평균은 연 -0.04%, 이달 6일에는 연 -0.09%로 마이너스 폭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달러를 환전해 국채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환차익도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해 국고채 수급 우려가 강화된 데다 실물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장기채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은 변수다.

한편 2020년 한해 동안으로 시점을 넓혀 보면 외국인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채권과 주식을 34억7000만달러 순매수했다. 이 같은 순매수 규모는 2016년(21억7000만달러) 후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작년 상반기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약화된 영향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주식 182억4000만달러를 순매도한 반면 채권은 217억1000만달러 순매수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