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공동 발표했다. 왼쪽부터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공동 발표했다. 왼쪽부터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내외 건설현장만 12만 곳에 달합니다. 본사에 있는 경영자가 어떻게 모든 현장의 사고를 일일이 챙길 수 있겠습니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을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

여야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경제단체들이 마지막 호소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대한건설협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중단하거나 적어도 보완책이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10개 경제단체 “여야 합의 유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경영계가 그동안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해왔음에도 여야가 제정을 합의한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중소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경제단체들은 법 제정을 중단할 수 없다면 최소한 보완책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선 사업주에 대한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현장 관리자 등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보다 간접 관리책임자인 사업주를 더 과도하게 처벌하는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는 이유에서다.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 처벌 기준도 ‘반복적인 사망사고’로 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 의무를 다했을 때는 면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기문 회장은 “그동안 경제단체가 이례적으로 수차례나 모여 법 제정에 따른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이 법안의 문제점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며 “국회가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을 잘 헤아려 법안에 반영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30년 경영했는데 이런 악법은 처음”

경제단체들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건설업종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규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업을 30년 경영했지만 이 같은 악법은 처음 본다”며 “노조만 국민이고, 기업인은 국민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대표이사의 99%가 오너인데, 사고가 날 때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혹한 형사처벌을 내리면 대한민국에서 기업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은 “소상공인 대부분은 중대재해 발생 시 뒤따르는 변호사 선임비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정치권에서 이런 현실이나 알고 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중소기업계에선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대상이 되는 대표이사 및 안전담당 이사 기피증에 따른 구인난도 호소하고 있다. 뿌리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여러 명의 대표이사를 사장 혹은 부사장으로 둔다거나 오너가 회장직으로 빠지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하도록 내모는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한 건자재업체 사장도 “연간 산재 사망자가 여러 명 나오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사고가 날 때마다 사장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최소 다섯 명 이상 예비 사장 후보군을 양성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기계업종의 한 기업인은 “중소기업인이 전과자가 되면 입찰에서 악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대기업과의 거래 관계가 끊기고, 은행에서도 대출 회수 등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망하면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가 늘어나길 기대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정선/안대규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