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NA만 갖고 홀로서기…조선 불황 딛고 '반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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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21 대한민국 다시 뛰자
최악 불황 때 분사했던 조선기자재社 '에스엔시스'
삼성重 기전사업부 구조조정에
직원들과 지분 인수해 회사 설립
주력은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쉘·미쓰비시 등 해외 고객 확대
매출 2배 뛰고 3000만弗 수출탑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에도 선정
최악 불황 때 분사했던 조선기자재社 '에스엔시스'
삼성重 기전사업부 구조조정에
직원들과 지분 인수해 회사 설립
주력은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쉘·미쓰비시 등 해외 고객 확대
매출 2배 뛰고 3000만弗 수출탑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에도 선정
2016년 삼성중공업은 최악의 수주 가뭄을 겪었다. 전년도 적자 규모도 1조2000억원에 달했다. 혹독한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선박 전기제어장치를 생산하는 기전사업부도 그중 하나였다. 분사해서 독자생존하라는 방침이 떨어졌다.
조선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던 2017년 9월 조선기자재업체 에스엔시스(S&SYS)는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탄생했다. 삼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배에 합류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80여 명이던 사업부 인력은 절반 수준인 95명으로 줄었다. 당시 기전팀장이었던 배재혁 상무(현 에스엔시스 사장)는 남은 직원들과 십시일반 힘을 모아 기전사업부 지분을 인수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막막한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생존이 불투명했던 회사는 홀로서기 4년째를 맞아 반전에 성공했다. 매출은 2018년 599억원에서 지난해 약 13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에 선정되고 ‘3000만불 수출의 탑’도 수상하며 국내 조선업계의 강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배 사장은 분사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평형수 처리장치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2017년 체결된 국제협약에 따라 평형수 처리장치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에스엔시스는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작년 매출의 절반을 평형수 처리장치로 올렸다.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이 3년 안에 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의존도는 줄어들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60%에서 30%대로 줄었다. 그 대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 2019년에는 글로벌 정유업체 쉘의 선박 20척에 평형수 처리장치를 납품했다. 일본 미쓰비시 스미토모, 중국 양쯔강조선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금까지 750여 척의 배에 평형수 처리장치를 공급했다. 배 사장은 “국내 조선업체만 바라봐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기술력과 글로벌 역량이 에스엔시스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에스엔시스도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선박 발주가 줄어든 탓에 작년 목표 수주액의 70%밖에 채우지 못했다. 회사는 대안으로 운항 중인 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RMS(원격 유지보수 시스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RMS센터를 열고 인력을 보강했다. 황외열 경영지원본부장은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칠서공장 옆의 에스엔시스 공장은 내년 1월 문을 닫고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진짜 홀로서기’에 나선다. 삼성의 품을 떠났지만 본가의 DNA는 회사 곳곳에 남아 있다. 에스엔시스는 철저한 성과 위주 보수체계를 적용하고 기전사업부 시절부터 이어진 ‘몰입데이’도 운영하고 있다. 경영진을 비롯해 현장 엔지니어, 영업직 등 다양한 직군의 임직원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인 뒤 책임자를 선정해 새로운 사업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다. 배 사장은 “임직원 주주회사로서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땀 흘리는 것이 회사의 힘”이라고 말했다.
함안=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조선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던 2017년 9월 조선기자재업체 에스엔시스(S&SYS)는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탄생했다. 삼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배에 합류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80여 명이던 사업부 인력은 절반 수준인 95명으로 줄었다. 당시 기전팀장이었던 배재혁 상무(현 에스엔시스 사장)는 남은 직원들과 십시일반 힘을 모아 기전사업부 지분을 인수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막막한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생존이 불투명했던 회사는 홀로서기 4년째를 맞아 반전에 성공했다. 매출은 2018년 599억원에서 지난해 약 13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에 선정되고 ‘3000만불 수출의 탑’도 수상하며 국내 조선업계의 강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삼성重 의존도 60%→30%
지난달 31일 경남 함안군 칠서면의 에스엔시스 공장에 들어서자 어른 키만 한 직사각형 모양의 철제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주력 상품인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였다. 선박은 화물을 많이 실으면 선박 내부의 바닷물(평형수)을 빼고 하역할 때는 바닷물을 채워 균형을 유지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평형수 부족’이 침몰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장치는 선박 평형수에 포함된 유해 수상생물과 병원균을 제거해 해양 생태계 파괴와 교란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배 사장은 분사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평형수 처리장치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2017년 체결된 국제협약에 따라 평형수 처리장치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에스엔시스는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작년 매출의 절반을 평형수 처리장치로 올렸다.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이 3년 안에 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의존도는 줄어들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60%에서 30%대로 줄었다. 그 대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 2019년에는 글로벌 정유업체 쉘의 선박 20척에 평형수 처리장치를 납품했다. 일본 미쓰비시 스미토모, 중국 양쯔강조선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금까지 750여 척의 배에 평형수 처리장치를 공급했다. 배 사장은 “국내 조선업체만 바라봐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기술력과 글로벌 역량이 에스엔시스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바다 한가운데 배 원격수리
공장 한편에는 20~30m에 달하는 거대한 녹색 철제 박스가 줄지어 있었다. 회사가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선박 제어 시스템이다. 스위치를 올리자 대포 같은 굉음이 공장 전체에 울렸다. 강상윤 생산운영센터장(공장장)은 “배의 심장이 작동하는 소리”라며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엔진, 탱크, 기관실 등 배 곳곳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에스엔시스도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선박 발주가 줄어든 탓에 작년 목표 수주액의 70%밖에 채우지 못했다. 회사는 대안으로 운항 중인 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RMS(원격 유지보수 시스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RMS센터를 열고 인력을 보강했다. 황외열 경영지원본부장은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칠서공장 옆의 에스엔시스 공장은 내년 1월 문을 닫고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진짜 홀로서기’에 나선다. 삼성의 품을 떠났지만 본가의 DNA는 회사 곳곳에 남아 있다. 에스엔시스는 철저한 성과 위주 보수체계를 적용하고 기전사업부 시절부터 이어진 ‘몰입데이’도 운영하고 있다. 경영진을 비롯해 현장 엔지니어, 영업직 등 다양한 직군의 임직원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인 뒤 책임자를 선정해 새로운 사업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다. 배 사장은 “임직원 주주회사로서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땀 흘리는 것이 회사의 힘”이라고 말했다.
함안=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