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국내맥주와 수입맥주가 동시에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국내맥주와 수입맥주가 동시에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주세를 올해 3월부터 인상한다. 물가연동제 도입에 따라 올해부터 매년 주세 인상이 예고되면서 소비자 가격도 이와 연동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삼성 상속세 문제로 이슈가 된 상속세율 인하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주세 올해부터 매년 인상...맥주 가격 오르나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맥주와 탁주의 세율이 0.5% 오른다. 맥주에 붙는 주세는 1L당 830원30전에서 834원40전으로, 탁주는 41원70전에서 41원90전으로 각각 높아진다. 이는 오는 3월1일부터 2022년 2월28일까지 적용된다.

세율 인상폭은 지난해 물가상승률과 같다. 정부는 지난해 알코올 함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맥주와 탁주에 도입하면서 물가연동제를 적용키로했다. 물가상승률 만큼 맥주와 탁주에 붙는 세금을 올리겠다는 것으로, 올해 처음 시행됐다. 이같은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정부는 1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연동제가 도입되면서 맥주와 탁주에 붙는 세금은 매년 오를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은 계속 상승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만해도 물가상승률은 작년보다 두배 이상 높은 1.1%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맥주 1L에 붙는 세금은 843원50전으로 오른다. 탁주는 42원30전으로 예상된다. 2년새 세금이 1.5%나 오르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매년 주세를 더 걷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증류주 등 종가세를 적용받는 주종과의 형평성을 위해 물가연동제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출고가격에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는 종가세의 경우 출고가 인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금 부담이 늘어나지만 종량세는 조정하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아져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맥주와 막걸리 등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맥주 등 주류 제조사들이 매년 세금 인상을 핑계로 과도한 소비자 가격 인상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주류 제조사들의 가격정책에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존에도 주류업체들은 2~3년 주기로 출고가 인상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상속세율 인하는 공감대 필요"

부가가치세를 적게 내는 간이과세자의 업종별 부가가치율은 5~30%에서 15~40%로 높아진다. 2013년 부가가치율 인하 이후 8년만의 인상이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점은 10%에서 15%로, 숙박업은 20%에서 25%로, 부동산임대업은 30%에서 40%로 높아진다. 간이과세자들은 매출에 업종별 부가가치율에 10%를 곱한 값을 부가세로 낸다. 부가가치율 인상은 사실상의 세율 인상 효과를 나타낸다.

간이과세 배제업종도 대거 추가됐다. 상품중개업,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 사업, 건설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사업시설 관리·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등은 간이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 소비자에게 직접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세부업종 중 일부는 시행규칙을 통해 간이과세자로 분류키로했다.

정부는 이번 부가세율 조정에 대해 "업종별 최근 3년간의 부가세 현황 등을 고려해 조정한 것"이라며 "세수 증대 목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간이과세자 기준을 연매출 4800만원 미만에서 8000만원 미만으로, 부가세 면세 대상을 3000만원 미만에서 4800만원 미만으로 완화했기 때문에 세수는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이같은 세제 시행령 개편에 대해 숨은 세원을 찾고, 세수 감소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이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을 확대한 만큼 추가 인상을 하기는 어려워서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5일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 브리핑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종부세와 양도세 강화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최근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경유세 등 탄소중립 관련 에너지세 인상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망 후 한국의 상속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상속세 인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국회에서 상속세 개선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 요청돼 올해 연구용역 하도록 돼있다"면서도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은 조세개혁 차원에서 후퇴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