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ISA' 누구나 가입
대출 최고이자 年 20%로 인하
건보료만 잘 내도 신용점수 상승
해마다 새해가 오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을 하게 된다.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금융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의 제도가 사라지고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다. 올해도 다양한 변화가 이뤄진다. 법정 최고 금리가 하반기부터 연 20%로 떨어지고, 3월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단순 변심만으로도 금융상품 청약을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금융제도를 총정리했다.
착오송금 반환지원제도 신설
GettyImagesBank연 24%인 법정 최고 금리가 올 하반기부터 연 20%로 떨어진다. 2018년 연 27.9%에서 연 3.9%포인트 인하된 지 2년여 만이다. 연 20%를 초과하는 금리는 모두 무효가 되기 때문에 2금융과 대부업 이용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에서다. 다만 저신용층의 금융시장 접근권이 아예 막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3월 25일 시행된다. 펀드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아무런 이유를 달지 않아도 7~15일 안에는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을 때는 5년 이내 또는 위법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계약을 해지하고 맡긴 돈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실수로 다른 사람 계좌에 돈을 보냈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받아주는 착오송금 반환지원제도가 7월 시행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착오송금 수취인의 실제 연락처를 확보해 돈을 돌려받아서 전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반환에 필요한 경비는 착오송금자가 부담해야 한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자녀 동의가 없는 경우에도 배우자에게 연금수급권이 자동 승계되는 방식의 주택연금이 허용된다. 월 수령액 185만원까지는 압류를 금지하는 압류방지통장도 새로 생긴다. 기업공개(IPO) 공모주 배정에서 일반청약자의 물량이 5%포인트 늘어나며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조건은 만 19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된다.
신한은행은 오는 7월 모바일뱅킹 앱 ‘쏠’을 통해 ‘배달의민족’과 같은 음식 주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7월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문을 연다. 토스 앱 가입자 1800만 명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인터넷은행 이용자를 확보할지가 관심이다.
P2P(개인 간) 대출은 5월 1일부터 투자 한도가 바뀐다. 일반 개인투자자는 모든 P2P 업체를 통틀어 3000만원(부동산 관련은 1000만원)까지, 같은 차입자에 대해서는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소득 적격투자자는 전체 1억원, 같은 차입자에게는 최대 2000만원까지다.
신용카드 KCB 576점 이상 발급
개인 신용을 나타내는 방법이 1~10등급의 신용등급제에서 1~1000점의 신용점수제로 바뀐다. 신용점수제는 등급간 ‘문턱’을 없애 저신용자들의 자금 융통을 원활히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신용 7등급 이하는 무조건 대출을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신용점수에 반영되는 평가 항목도 개편됐다.
신용을 평가할 때 비금융 비중이 늘었다. 통신요금과 건강보험을 꼬박꼬박 납부하면 신용점수가 올라간다. 반대로 연체하면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 앞으로는 체크카드 소비 패턴도 점수에 반영된다. 신용카드 결제액이 갑자기 늘었다가 연체되면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온다. 대출 잔액과 대출 금리도 점수에 영향을 준다. 1~6등급에게 발급했던 신용카드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576점, 나이스평가정보 기준 680점 이상에게 발급된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지원 대상은 6등급 이하 차주에서 나이스평가정보 기준 744점 이하, KCB 기준 700점 이하로 변경된다. 중금리 대출 시 대출 한도 우대 기준 점수는 기존 4등급 이하에서 나이스 859점, KCB 820점 이하로 바뀐다.
보험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생긴다. 7월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많이 타면 보험료를 더 내게 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된다. 맹견을 기르는 사람들은 다음달부터 배상책임 의무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자로 한정됐던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상반기부터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갤럭시워치와 같은 20만~30만원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공짜로 줄 수 있게 된다.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신체·건강 자료를 활용하는 이색 보험상품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금융 앱이든 하나만 깔면 여러 금융회사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에 저축은행과 카드사들까지 참여한다. 오픈뱅킹을 이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금융사 앱에서 전체 금융사 계좌 거래 내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제는 온·오프라인 금융 거래를 할 때 여권으로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한 청소년이나 재외국민들이 더 쉽게 금융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페이카드를 이용한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 수수료는 25일부터 500원에서 1300원으로 오른다. 대신 세븐일레븐뿐만 아니라 모든 편의점 ATM에서 돈을 뽑아 쓸 수 있다.
내년부터 1~10등급으로 나뉜 개인 신용등급제가 1~1000점의 신용점수제로 바뀌면서 신용점수에 반영되는 평가항목도 대폭 개편된다. 일시에 카드 결제액이 늘거나 연체하면 신용점수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진다. 통신요금·건강보험 납부 정보도 신용점수에 반영돼 금융소비자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요금 연체하면 신용점수 치명적금융위는 지난 1일부터 신용등급제를 대신해 신용점수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개인신용등급제 점수제 전환 발표 이후 2년 만이다. 금융위가 신용점수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실제 신용에 별 차이가 없는데도 신용등급 구분 탓에 대출이 거절되는 등 ‘문턱 효과’를 없애자는 취지다. 예컨대 신용카드 발급이 6등급 이상으로만 이뤄진 탓에 7등급에서도 신용이 6등급 차주와 별 차이가 없는 사람들은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이처럼 과도하게 불이익을 보는 금융소비자를 줄이자는 의미다.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5개 은행은 2019년부터 신용점수제를 시범 적용했고, 이번에 도입하는 곳은 카드·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나머지 금융권이다. 이 같은 신용점수제는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전 금융권이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개인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올크레딧)와 나이스평가정보는 신용점수제 전환 시점에 맞춰 신용평가 항목을 일부 개편했다. 눈에 띄는 건 ‘비금융’ 항목이 신설된 것이다. KCB는 전체 신용점수의 8% 비중으로 비금융 항목을 만들었다. 비금융이란 통신요금과 건강보험 등이다. 통신요금과 건강보험을 납부하면 기존 금융이력이 없어도 신용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대출을 제때 상환했더라도 통신요금과 건강보험을 연체하면 신용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신용점수에서 또 하나 중요해진 것은 ‘카드 소비 패턴’이다. KCB는 카드 소비 패턴을 포함한 신용거래 형태(33%→38%) 비중을 크게 늘렸다. 나이스평가정보도 신용 형태 비중을 25.8%에서 29.7%로 조정했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만 반영됐지만 앞으로는 체크카드 소비 패턴도 신용점수에 반영된다. 신용·체크카드를 무리 없이 적정 수준에서 쓰고 있는지 더 비중 있게 보겠다는 의미다. 일시에 카드 결제액이 늘었다가 연체되면 신용점수에도 치명적이다. 남은 대출액 줄일수록 신용점수 상승남은 대출잔액이 얼마인지도 더욱 중요해진다. 예컨대 지금은 업권(1금융, 2금융)과 대출상품 종류(신용대출, 신차 할부 등), 금액(3000만원 기준) 정도만 신용평가에 반영됐다. 내년부터는 대출 상환 비중과 기존 대출의 금리 구간도 신용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출 상환 이력은 신용점수에 반영되는 비중이 내려간다. 나이스평가정보는 ‘현재 연체 및 과거 채무 상환이력’을 40.3%에서 30.6%로 10%포인트 가까이 낮췄다. KCB도 24.0%에서 21.0%로 하향 조정했다. 과거에 비해 개인 신용대출 연체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신용거래 기간(15%→9%)도 비중이 내려간다.본인의 신용점수가 상위 몇 %인지도 중요해진다. 예컨대 신용점수가 900점에서 950점으로 올라갔더라도 상위 10%에서 20%로 떨어진다면 대출 심사를 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KCB는 기존의 4등급 이하 차주에게 개인 신용점수 하위 50%를 적용할 계획이다. 5등급 이하는 40%, 6등급 이하는 30%, 7등급 이하는 하위 10%를 각각 적용할 계획이다.카드 발급이나 서민금융상품을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 기준도 점수 기준으로 바뀐다. 6등급 이하에게만 발급된 신용카드는 앞으로 나이스평가정보 점수로 680점 이상 혹은 KCB 기준 576점 이상 차주에게 제공된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지원 대상은 6등급 이하 차주에서 나이스평가정보 기준 744점 이하, KCB 기준 700점 이하로 변경된다. 중금리 대출 시 대출 한도 우대 기준 점수는 기존 4등급 이하에서 나이스 859점, KCB 820점 이하로 바뀐다.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950점이라고 해서 과거 1등급 수준의 금리를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상위 몇 %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지난달부터 온·오프라인 금융 거래를 할 때 여권으로도 본인 확인이 가능해졌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이 아닌 여권이 금융 거래에서 신분증으로 활용되는 것은 처음이다.외교부는 지난달 28일부터 금융위원회, 금융결제원과 협력해 여권을 신분증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권 진위확인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한 청소년이나 재외국민들의 금융 거래 장애물을 해소하겠다는 게 주요 이유다. 금융소비자는 금융 거래 중 본인확인이 필요할 때 여권을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여권을 촬영·스캔해 금융결제원에 전송하면 외교부의 여권정보연계시스템과 연계돼 실시간으로 진위 확인이 가능하다. 그간 본인확인용 신분증으로 활용돼온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도 각각 같은 방식으로 행정안전부, 경찰청과 연계해 진위 여부를 가려왔다.여권 진위확인 서비스는 비대면 거래에도 적용된다. 모바일뱅킹 앱에서 계좌 신규 발행 등 본인확인이 필요할 경우 여권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비대면 거래에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계좌 인증이나 영상통화 등의 2차 확인 절차는 필요하다.신한 부산 광주 전북은행 등은 새 서비스 시행에 따라 모바일과 영업점 거래에 여권 진위확인 서비스를 동시 적용했다. 기타 은행과 우정사업본부는 영업점에서만 여권을 사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활용이 보편화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이용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계좌 개설이 가능한 만 14세 이상 청소년들의 금융거래가 한층 편리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지난달 21일부터 발급되기 시작한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여권도 진위 확인이 가능하다. 외교부 여권정보연계시스템은 여권의 진위 여부와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결과를 금융회사에 보내주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권 진위확인 서비스는 국민의 편의 증대뿐만 아니라 위·변조, 도난 여권 등을 사용을 차단해 금융사고 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정소람/송영찬 기자 ram@hankyung.com
새해에는 카카오페이카드로 모든 편의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찾을 수 있지만 출금 수수료는 1건당 1300원으로 세 배 가까이 오른다. 수수료를 낮게 유지하면서 일반 시중은행과의 출혈 경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게 카카오페이의 판단이다. 반면 시중은행은 ATM 수수료 무료를 확대하고 있다.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카드를 이용한 편의점 ATM 출금 수수료를 오는 25일부터 500원에서 1300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대신 카카오페이카드 제휴처를 세븐일레븐에서 모든 편의점 ATM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돈을 찾으려는 회원 수요가 많아 세븐일레븐(롯데 ATM)에만 제공했던 출금서비스를 다른 제휴처로 확장하면서 제반 비용이 늘어나 수수료를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카카오페이와 토스는 편의점 ATM에 카카오페이카드나 토스머니카드를 넣으면 은행 계좌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가 있다면 꼭 현장에서 카드를 지니고 있지 않더라도 카카오페이 앱이나 토스 앱에서 ‘ATM 출금’ 탭을 눌러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편의점·지하철역 ATM 수수료는 1000~1300원가량이다. 최근 들어서는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일반 시중은행들이 편의점·지하철역 ATM 수수료를 무료화하고 있다. CU에서는 카카오뱅크와 하나은행, GS25는 국민·신한·우리·SC제일·카카오뱅크·케이뱅크, 세븐일레븐은 국민·씨티·제주은행, 카카오뱅크, 롯데카드 사용자에 한해 무료로 ATM에서 출금할 수 있다.카카오페이가 13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두고 ‘역주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수수료를 낮게 유지했다가 플랫폼이 안착하자 과거 은행 수준까지 높였다는 얘기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