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혁신한다지만…

국민 19·농협 18·신한 14개…
"원하는 앱 깔아라" 공급자 마인드

연계·통합 안돼 소비자들 불편
카뱅·케뱅 1개 앱 운영과 대조
"이대로는 빅테크와 경쟁 못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사에서 던진 최대 경영 화두는 디지털 플랫폼 혁신이다. 금융 영역을 무섭게 파고드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은행의 플랫폼 전략이 공급자 마인드에 머물러 있는 데다 주먹구구식이란 평가를 받고 있어 금융그룹 수장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앱 서비스가 77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부문별로 플랫폼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앱을 만든 결과다. 소비자들은 앱이 새로 나올 때마다 다시 깔아야 하거나, 연계·통합 기능이 작동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은 한 개의 플랫폼에서 금융 쇼핑 게임 등을 다 갖추고 있다”며 “빅테크의 경쟁에 맞서려면 플랫폼을 과감하게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 은행 앱만 77개
5일 본지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집계한 결과 시중은행 중에서 국민은행(19개)이 가장 많은 앱을 서비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18개), 신한(14개), 하나(14개), 우리은행(12개)이 뒤를 이었다. 국민·우리·농협은행은 뱅킹서비스를 모두 갖춘 메인 앱 외에 간편뱅킹 앱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간편뱅킹 앱 외에도 상당수 은행은 ‘알리미앱’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인터넷전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각 한 개의 앱만 운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들은 기존 앱을 유지하되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29일 은행 앱(우리원뱅킹)과 카드 앱(우리원카드), 위비멤버스(우리카드), 스마트뱅킹 앱에서 다른 계열사 자산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인 우리원투게더를 내놨다. 국민은행은 19개 앱을 연결하는 앱인앱 방식의 플랫폼을 180억원을 투입해 개발하고 있다. KB스타뱅킹만 깔면 KB페이나 KB부동산 리브온 앱을 불러오는 방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원하는 서비스만 내려받아 이용하면 된다”며 “하나로 통합하면 용량이 커져서 앱 구동이 느려진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앱을 내놓는 곳도 있다. 하나은행은 MZ세대(1980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겨냥한 플랫폼을 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앱을 실행하지 않고 휴대폰 화면에서 계좌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위젯을 별도로 출시했다.
카드사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는 1개
플랫폼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앱 전략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원하는 앱이 뭔지 따로 고르라고 하는 것도 불편함 그 자체”라며 “원하는 서비스를 자동으로 첫 창에 보여주는 걸 고민하는 시점에서 알아서 고르라는 건 공급자 마인드”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금융그룹 계열 카드사들은 ‘독자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내년 상반기에 간편결제 앱인 KB페이와 자산관리 앱인 리브메이트 3.0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KB페이에 리브메이트 3.0 서비스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와 은행 앱을 따로 설치하는 게 불편하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며 “원하는 앱을 골라 설치하면 되지 않느냐는 설명은 앱 기능을 잘 모르는 고객에게는 쓰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한카드는 내년 5월까지 신한페이판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기존 신한페이판의 서비스 체계를 개편해 자산관리 기능을 갖춘 개인 금융플랫폼과 상품추천 기능이 들어간 종합라이프플랫폼, 개인사업자 금융플랫폼 3개를 모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오현아/박진우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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