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가운데 가게 곳곳에 임대 문의 문구가 붙어 있다. 은행들이 새해부터 신용대출을 재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가운데 가게 곳곳에 임대 문의 문구가 붙어 있다. 은행들이 새해부터 신용대출을 재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새해부터 재개한다. 지난해 말 갑자기 ‘대출 절벽’에 몰린 서민들의 하소연이 잇따르자 금융감독당국이 대출 재개를 용인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소득층 신용대출은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

취급 중단 비대면 대출 속속 재개

막혔던 신용대출 재개…자영업자 '숨통' 트이나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17일부터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을 이날 오전 6시부터 다시 신청받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대면 은행으로서 마통 개설 중단은 참으로 힘든 결정이었다”며 “새해부터 고객 편의를 위해 대출을 재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중순부터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 등의 비대면 대출 접수를 중단했고, 23일부터는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모든 신용대출의 접수를 멈췄다. 새해 첫 영업일인 오는 4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취급할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4일부터 대출을 취급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했고, 22일부터는 2000만원이 넘는 모든 신용대출을 막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우대금리(대출이자 할인)를 없앴던 조치를 원상복구하는 은행도 있다. 우대금리를 없애면 ‘금리 인상 효과’가 생겨 대출 총량이 억제되는 경향이 있다. 농협은행은 4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1.0%에서 1.4%로 높인다. 신용대출에선 0~0.25%까지 조였던 우대금리를 0.8~1.2%로 되돌리기로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주택 관련 대출에 적용하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한시적으로 강화한 조치는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개인별 DSR 100%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작년 11월 초부터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의 80%를 초과하면 대출해주지 않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신용대출 재개 날짜를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중단했던 비대면 상품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이달 시작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하나원큐 신용대출의 취급 재개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고액대출은 여전히 제한

정부가 은행에 돈줄을 죄라고 요구한 건 가계대출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본적정성 규제인 ‘바젤Ⅲ’ 기준을 도입한 신한·국민·우리·농협은행이 연말까지 가계대출 비중을 급히 끌어내리면서 ‘대출 대란’이 빚어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바젤Ⅲ를 도입한 은행은 매년 12월과 6월에 규제 수준을 맞춰야 한다”며 “1월에는 대출 총량이 ‘리셋’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은행들의 대출 재개는 금융당국과의 ‘교감’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대출을 죄기만 하려는 당국의 기조가 다소 변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가계대출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에 작년 10월부터 부여한 월간 잔액 증가 한도 2조원을 완화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말에도 가계대출을 계속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서민의 돈줄까지 막히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새해 들어 금융당국의 입장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신용자 대출과 고액 신용대출을 죄려는 정부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1억원이 넘는 고액 신용대출 현황을 매일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고, 고신용자 대출을 해주지 말라는 정부 논리는 금융의 기본에 반하는 것”이라며 “결국 은행의 부실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훈/박종서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