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30일 ‘맛없으면 100% 환불’이란 구호를 내걸고 정육, 과일 등 신선식품의 맛과 품질 기준을 강화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는 30일 ‘맛없으면 100% 환불’이란 구호를 내걸고 정육, 과일 등 신선식품의 맛과 품질 기준을 강화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홈플러스 제공
새해 유통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영역은 ‘신선식품’이다. ‘집콕 소비’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 대형 디지털 플랫폼들까지 가세해 ‘판’이 더 커질 전망이다. 유통 대기업들은 우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 반격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30일 신선식품 전 품목을 대상으로 ‘맛없으면 100% 환불’ 캠페인을 시작했다.

판 커지는 신선식품 시장

신선식품은 최근 온·오프라인 전 유통 채널에서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돌파한 13일부터 27일까지 2주간 쌀, 채소, 고기, 반찬, 간편식 등 주요 집밥 식재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온라인 수요는 더 폭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10월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34조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3% 증가했다.

시장이 커지자 대형 플랫폼 업체들이 가세했다. 네이버 쇼핑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쇼핑의 신선식품 거래액(11월 말 누적)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세 배 늘었다. 네이버 쇼핑은 스마트스토어와 라이브방송을 통해 전국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준다.

유통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건 쿠팡의 행보다. 신선식품은 쿠팡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쿠팡은 공산품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연간 거래액이 17조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바잉 파워(구매력)’가 크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전국을 연결하는 물류망을 보유한 쿠팡이 내년엔 택배 시장까지 진출한다”며 “전국의 농수축산물 생산자들은 쿠팡의 물류망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빠르게 배송할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약 4조7000억원을 들여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로 확정한 것도 신선식품 유통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배민은 올해 10월 판매중개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하고, ‘전국 별미’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국 각지의 신선한 먹거리를 산지 직송으로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긴장하는 대형 유통업체들

신선식(食) 스타트업들도 대형마트가 독점하다시피 하던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이마트가 ‘백종원 장어’를 콘셉트로 밀키트를 선보일 때 제품 제조를 맡았던 얌테이블은 국내 주요 백화점의 수산물 코너를 통째로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분야에서도 대형마트의 아성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경남 마산에 본사를 둔 미스터아빠가 대표적이다. 친환경 유기농 농축산물을 물류센터에서 바로 소비자에게 직송해주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한 유통 스타트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신선식품은 대형 유통업체와 이들과 거래하는 중소형 도매업체들이 좌지우지하는 시장이었다”며 “요즘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해주는 DTC(direct to consumer)가 계속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등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점포를 물류 시설로 바꿔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등 시장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만 해도 새벽배송, 2시간 배송, 퇴근길 1시간 배송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