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는 SK의 ‘모태 기업’이지만 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 1950~1960년대 직물 사업을 할 때를 제외하곤 주력 계열사에 들지 못했다. 정유(SK이노베이션), 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 등에 밀렸다. 변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진 않았다. 교복, 면세점, 상사, 패션, 온라인 쇼핑, 호텔 등 연관성이 크지 않은 사업을 벌였다가 접기를 반복했다. 핵심 사업을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결국 회사는 ‘칼’을 빼들었다.

SK네트웍스 '독한 변신'…골프장·주유소 팔아 렌털사업 '올인'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선 SK네트웍스는 총 세 건의 거래로만 1조7000억원가량을 조달했다. 주유소가 첫 대상이었다. SK네트웍스는 전국 500여 개 직영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와 사업 영역이 겹쳤다. 굳이 그룹 내에서 두 회사가 할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 지난 3월 약 1조3000억원에 경쟁사인 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에 주유소 사업을 매각했다. 정유업계 후발주자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거점을 늘리고, SK는 중복투자를 정리하는 ‘윈윈 거래’란 평가가 나왔다.

지난 10월에는 약 900억원에 서울 명동 사옥을 팔았다. 핵심 상권에 있음에도 건물이 오래되고 부지가 작아 활용도가 높지 않아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 SK D&D에 소유권을 넘기고, 인근의 신축 건물을 빌려 본사로 쓰기로 했다.

지난 22일에는 제주 골프장(SK핀크스)까지 정리했다. 매각대금은 약 3000억원으로 지주사 SK(주)가 100% 자회사인 휘찬을 통해 SK핀크스를 샀다. 휘찬이 핀크스CC 인근에 리조트와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어 시너지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SK네트웍스는 육성해야 할 사업은 명확히 했다. 렌터카 등 ‘모빌리티’, 생활가전 렌털(대여) 등 ‘공유경제’ 등이다. 지난해 AJ렌터카를 약 3000억원에 인수, SK렌터카와 합쳤다. 외형을 확 키울 목적이었다. SK렌터카가 운영하는 렌터카 수는 지난 8월 말 기준 20만8000여 대로 늘었다. 업계 1위 롯데렌터카(약 23만 대)에 근접했다. 9월에는 SK렌터카에 1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생활가전 렌털 사업은 또 하나의 중심축이다. 이 사업은 자회사 SK매직이 한다. 코웨이 쿠쿠 등과 함께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1위 코웨이를 인수해 SK매직과 합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다. 독과점 논란 탓에 성사되진 않았지만 사업을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 때문에 경쟁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SK매직의 상장도 추진 중이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와 SK매직 간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품목은 자동차와 생활가전으로 각각 다르지만 렌털(대여)이란 공유경제 사업 모델을 갖고 있어서다. SK네트웍스가 보유한 현금만 올 3분기 말 기준 약 1조원에 이른다. SK핀크스 매각으로 곧 3000억원이 추가로 들어온다. 업계에선 공유경제 사업과 관련한 인수합병(M&A)이 있을 것으로 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