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에 대해 근로자 대표인 노동조합과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체결한 ‘서면 합의’는 노동조합법에 의한 ‘단체협약’에도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최초로 나왔다. 단체협약이므로 유효기간 2년이 지나면 갱신되지 않는 한 효력이 없다는 의미다.
근로시간 서면 합의는 ‘단체협약’... 2년마다 연장해야
서울고등법원(제38민사부)은 지난달 24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고려대학교의료원지부가 사용자인 고려대의료원을 상대로 제기한 특례합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 원칙이고 주당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운수업, 운수서비스업, 보건업 등은 업무의 성격상 12시간 한도를 넘을 수 있다.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서면으로 ‘연장근로 특례합의’를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의한 특례합의를 한 근로자대표가 노동조합일 경우 단체협약으로도 볼 수 있는지, 그렇다면 2년의 유효기간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고려대의료원은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와 2013년 근로시간 연장에 관한 특례합의를 한 후 별도의 서면 합의는 없었다. 그 후 2018년 노조가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며 다시 서면 합의를 체결하자고 요구했지만 사용자는 응하지 않았다.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있다는 이유였다.

고려대의료원의 이런 입장에 대해 노조 측은 소송으로 맞섰다. 노동조합과의 특례합의는 단체협약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유효기간 2년이 지난 후에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특례합의에서 원고 지부(노조)를 근로자대표로 표시하였다거나 이 사건 특례합의가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이 요구하는 서면 합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체결되었다는 이유로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라며 “근로기준법상 서면 합의와 노동조합법의 단체협약이 상호 배타적이어서 양립 불가능하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근기법 따른 서면합의도 단협 유효기간 적용돼
서울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연장근로 특례 합의를 넘어 작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탄력근로제, 간주근로시간제 등 근로자대표로 노동조합과 서면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제도를 운영해 온 사용자의 경우 앞으로 2년마다 다시 합의를 받아내야 한다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올해 노조법 개정으로 단체 협약의 유효기간이 3년까지 연장 가능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서면 합의를 2~3년마다 다시 하라는 것은 노사관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대법원에서 최종 정리되기 전까지는 관련 분쟁이 늘어날 거라고 내다봤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