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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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28일 '2020년 적극행정' 연말 시상식을 열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한 공무원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엔 마스크 수급안정대책 담당 공무원들을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과 함께 인사평가 최고등급(S등급)과 5일의 특별휴가가 수여됐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 한 해 적극행정 확산에 기여한 적극행정 우수공무원과 부서의 공적을 치하하고 적극행정 추진성과를 널리 공유하기 위해 시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 안팎에서는 마스크 수급안정대책이 최우수 사례로 적정한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기재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확산이 있던 지난 3월을 벌써 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당시 국민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100m 이상 줄을 서는 게 기본이었다. 어렵게 구한 마스크를 일주일 이상 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동시에 대다수 국민들은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했다.

이런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마스크 대란'을 극복하고 코로나19 확진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물론 지난 3월말까지 기재부 공무원들도 며칠밤을 새면서 본업이 아닌 마스크 수급에 나선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 적극행정 사례를 발굴해 시상하라는 국무총리실 등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기재부가 국민들에 대한 고마움을 망각하고 자화자찬에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기재부는 마스크 사태 때 본업을 제쳐두는 전례를 남기기도 했다. 기재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린 상황 속에서 경제위기 대응보다 마스크 대책 마련에만 매달려 있었다. 홍 부총리는 물론 기재부 1, 2차관까지 국내외 금융시장 현안 보고도 제대로 못 받고 마스크 현장 행보에 내몰렸다.

이날 나온 기재부의 다른 보도자료를 보면 기재부가 생각하는 본연의 역할을 더 뚜렷이 알 수 있다. 기재부는 '올해 최고의 기재부 정책'(정책 MVP)으로 '59년만의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선정했다. 물론 일반국민과 정책전문가 등의 투표로 뽑았다. 하지만 사상 첫 재정준칙은 정책 후보에도 올리지 않고 네 차례 추경 편성을 최고의 정책 후보로 선정한 것은 기재부 자체 판단이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하는 기재부가 빚내 돈 쓰는 것을 더 가치있는 업무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한 전직 기재부 수장은 "야구 수비를 할 때 모든 선수들이 앞을 보고 있지만 포수는 반대 방향을 보고 있다"며 "정치권과 다른 부처가 돈을 마구 쓰자고 할 때 기재부는 욕을 먹더라도 포수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최우수 적극행정과 정책 MVP에서 드러난 기재부의 현주소를 생각하면서 기재부 공무원들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