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VS 텐센트, 중국판 '마켓컬리' 전쟁
중국 인터넷 선두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온라인 음식료품 시장에서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 때 BAT(바이두,알리바바, 텐센트)란 말이 유행했다. 당시엔 검색은 바이두, 전자상거래는 알리바바, 게임과 메신저는 텐센트로 사업 영역이 구분됐다.

지금은 바이두는 완전히 밀렸고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영역 구분없이 치열한 1위 경쟁중이다. 한경 CMO 인사이트가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경쟁을 정리했다.

상황1 온라인 음식료품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
도전1 알리바바 ‘30분 내 배송’, 텐센트 ‘1시간 내 배송’

2016년.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온라인 음식료품 시장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판단한다. 의류, 화장품, 전자제품, 가구 등의 온라인 판매가 활발한 상황에서 신규 카테고리가 필요했던 때였다.

중국 온라인 음식료품 시장은 2017년 1,441억 위안(약 24조원, 전체 전자상거래 중 2.6%)에서 2020년 4,885억 위안(약 83조원, 전체 전자상거래 중 4.9%)으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음식료품은 다른 상품과 달리 신선한 상태로 배송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가 그동안 음식료품에서 약점을 보여왔다. 신선한 상태로 배송하려면 신속하게 배송해야 했다.

알리바바는 창업자 마윈의 ‘신유통전략’에 따라 음식료품 신선·신속배송을 위해 오프라인 소매 업체를 사들였다. 스타트업 허마를 인수한게 대표적이다. 허마를 인수한 알리바바는 허마 매장 3㎞ 이내 30분 내 배송을 내걸었다. ‘빠른 배송’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것.

‘스마트 리테일 전략’을 표방한 텐센트는 파트너십 관계인 징동닷컴을 내세워 대응했다. 징동닷컴의 오프라인 마트 연결 사업부인 JDDJ를 배달 대행 서비스 스타트업인 다다와 합병시켜 다다넥서스를 설립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음식료품을 주문하면 다다넥서스와 제휴를 맺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1시간 내 배송을 보장했다.

알리바바는 허마 등 자사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한 뒤 음식료품을 배송하는 방식을, 텐센트는 파트너십 관계인 징동닷컴을 통해 설립한 다다넥서스가 중국 전역의 오프라인 마트들과 제휴를 맺게 한 뒤 그 마트들에서 음식료품을 배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알리바바 VS 텐센트, 중국판 '마켓컬리' 전쟁

상황2 각자 약점을 보완해야 하는 상황
도전2 알리바바, 중국 1등 마트 지분 인수
텐센트, 허마같은 직영 매장 설립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각자의 강점과 약점이 뚜렷해졌다. 알리바바는 내재화 전략을 통해 직영 매장에서 상품을 배송하므로 상품 품질 관리가 용이했다. 상품 매입 후 배송하는 창고형 모델인데 마켓컬리 방식이다. 하지만 직영 매장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어 확장성에선 약점을 보였다.

텐센트는 파트너십 전략으로 주요 마트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확장성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제휴 마트의 상품을 배송하는 마켓플레이스 모델이라서 상품 품질 관리엔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엔 마켓플레이스 모델이 없다.

알리바바는 2017년 11월 중국 1등 마트인 선아트리테일 지분 36%를 인수한다. 확장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조치였다. 알리바바는 선아트리테일의 매장이 온라인 판매를 위한 픽업이나 배달에 적합하도록 대대적인 보완작업을 단행한다.

선아트리테일 매장을 기반으로 온라인 플랫폼 타오시엔다도 만든다. 이는 징동닷컴의 JDDJ와 비슷하다. 직영 매장 중심의 알리바바가 확장성이란 약점을 극복하려고 텐센트 방식을 추가한 것이다.

텐센트는 파트너십 전략에 집중해 중국 내 마트와 백화점에 지분 투자를 지속했다. 그렇게 해서 자기 편을 늘렸다. 다른 한편으론 상품 품질 관리의 어려움이란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알리바바의 허마와 유사한 세븐프레시라는 직영 매장을 2017년 12월 처음으로 선보였다.

상황3 코로나19로 온라인 음식료품 구매가 대세
도전3 알리바바, 중국 1등 마트 최대 주주
텐센트, JD슈퍼마켓 확대 계획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온라인 음식료품 구매는 대세가 됐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음식료품 구매를 선택했던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이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온라인 음식료품 배달 사업에 더 집중하게 됐다.

알리바바는 올 10월 선아트리테일 지분을 36%에서 72%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온라인 음식료품 시장을 잡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텐센트는 징동닷컴의 JD슈퍼마켓 확대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물류창고를 더 만들고 다다넥서스 협력 마트를 더 늘리는게 핵심이다.

최근 중국에서 ‘핫한’ 커뮤니티 공동구매에서도 알리바바와 텐센트 간 경쟁이 벌어질 분위기다. 텐센트는 징동닷컴처럼 파트너십 관계인 핀두오두오를 앞세워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음식료품과 농산물 공동구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알리바바도 조만간 커뮤니티 공동구매에 뛰어들 태세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 경영학의 세부 전공 중 마케팅과 가장 밀접한 건 ‘전략’이다. 피터 드러커, 마이클 포터 등 저명한 경영학자들이 전략을 경영학의 개념으로 자리잡게 했다. 경영학에서의 전략은 ‘주어진 환경에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계획’이다.

◆ 마케팅은 이런 전략을 실행하는 방법이다. 알리바바는 내재화 전략에 따라 마케팅 슬로건을 ‘3㎞ 30분 내 배송’으로 설정했다. 음식료품은 신선한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돼야 하므로 ‘30분’이란 짧은 시간에 초점을 맞춘 거다. 텐센트가 ‘1시간 내 배송’이므로 ‘시간’만 놓고 보면 알리바바가 우위에 있다.

◆ 텐센트는 파트너십 전략에 기반한 ‘확장성’을 마케팅에서 강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사는 곳에서도 1시간 내 배송이 가능합니다’라는 식이다. 중국의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등 1선과 2선의 대도시, 3선 및 4선의 중소도시로 구분된다. 1선, 2선 대도시에서 알리바바의 점유율이 70%라면 3선, 4선 도시에선 50%가 안 된다.

중국 소비성장이 3선과 4선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텐센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징동닷컴 및 핀두오두오가 3선, 4선 도시에서 강점을 갖는 건 ‘확장성’을 강조한 마케팅을 유리하게 만든다.

◆ 알리바바의 내재화 전략과 텐센트의 파트너십 전략 중 어느 쪽이 승기를 잡을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양측 모두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방의 강점을 모방하는 전략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어서 경쟁의 결과를 예측하기 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건 더 많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략과 마케팅을 펼치는 쪽에 승산이 있다는 점이다.

◈ 국내에서도 ‘신선식품’이 유통업계의 승부처라는 기사를 한경이 최근 보도했다.
알리바바 VS 텐센트, 중국판 '마켓컬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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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